어느 중학생에게 『우리 나라 경제위기는 언제쯤 끝나게 될까?』하고 물으니 구조조정이 끝나면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보통 사람들이 가지는 어렴풋한 인식과 기대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대답이 아닐까 한다. 경제 구조조정은 분명 빙산의 일각처럼 물속에 감추어진 거대하고도 총체적 개혁을 전제로 한 표면작업임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이를 단지 제도의 변경, 개선의 차원에서만 이해하고 이러한 변경작업은 시간상의 문제이며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더구나 김대통령의 『1년 6개월내 IMF 극복 선언』『금년 말까지는 구조 조정을 끝내야 된다』『구조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등의 표현을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몇 달 후 아니면 1년 후쯤이면 맑게 개인 하늘을 곧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이다.
신뢰성 회복
IMF환란의 직접원인이 국제 신인도 하락이고 그러한 현실을 낳은 것은 각종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에서 빚어진 고비용 저효율에 있었다고 보지만 그 궁긍적 진원은 어디까지나 지위의 높낮이나 활동유형의 차이를 떠나 우리 국민의 사고, 가치, 행위체계에 내재한 비효율로 귀착시키지 않을 수 없다. 즉 경제 위기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고 근본 문제는 우리 정신과 생활에 있다는 말이다. IMF의 도움을 받고자 우리가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신뢰성 회복' 이라는 단어인데 이 단어자체가 벌써 우리의 문제가 경제문제만이 아니라 오히려 이웃을 속이고 과장한 우리의 거짓된 생활자세에서 비롯된 윤리문제 라는 것을 반증해 준다 하겠다.
근면 성실한 것처럼 보여서 사업자금을 빌려주었는데 고급승용차부터 구입 하고 때빼고 광내고 놀러만 다닌다든지 아니면 엉뚱한 데 투기를 한다든지 하는 꼴을 보게되면 누가 그를 신뢰하겠는가?
정신상태가 틀려먹었으니 말이다.
물질가치의 우위
새로운 세기에 접어든 오늘, 세계의 심각한 문제는 적어도 지난 400여년 동안 인류가 이루어 놓은 현대과학과 과학기술에서 빚어진 후유증이다. 즉 자연환경의 오염이야말로 인류가 상당히 오랜 기간 대가를 치루어야 할 대가라고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에 못지 않게 심각한 것은 종교적, 정신적 가치들과 이념들이 과학문명에 의해 힘을 잃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과학의 생성과 발달을 가능케 했던 종교와 세계관을 무력화하고 물질적 가치를 초월하는 모든 가치, 물질적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모든 이념들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도 70년대 이후 근 30년 동안 산업화를 통한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물질문명 위주로 사회의 가치관이 변했다는 사실을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학교교육도 궁극적 목표를 경제논리에 맞추고 있지 않은가!(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가고, 좋은 직장 얻고, 물질적 풍요 속에서 근심걱정 없이 편히 사는 것).물론 정신적 덕목을 가르치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것 자체도 내가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추구해야할 가치가 아니라 시험문제에 출제되니 점수를 얻는 방편으로 외워두어야 할 지식으로 간주되고 있으니 말이다.
IMF환란 이후 그 수습의 3년, 우리는 경제 구조조정과 개혁의 과정에서 얼마나 숫한 비리와 도둑질을 보아왔던가?
그것이 모두 물질적 가치의 대명사인 돈과 직접 관계되는 것들이고 힘깨나 쓰는 사람들, 책임자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서글픔을 금할 길이 없다.
추구할 가치
인간은 그 존재가, 그 정신이 위로 초월하도록 되어 있으면서도 세계내 (世界內)로, 더 나아가서는 물질 세계만을 향할 때 비인간화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것은 『창조주께서 인간에게 부여하신 사명의 본질 즉 기술에 대한 도의(道義)의 우위성, 사물에 대한 인격의 우선, 그리고 물질에 대한 정신의 우월에 있다』(인간의 구원자 16항)
『이 시대는 유난히 영(靈)에 굶주린 시대이며 정의, 평화, 사랑, 선, 용기, 책임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굶주린 시대이다』(상동 18항)
그런데 이러한 가치들은 액자에 넣어 걸어둘 덕목이 아니고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면서도 실천과 생활을 통하여 추구해야 할 가치들이다.
(참조: 김문조(고대), 김어상(서강대), 손봉호(서울대), 장보현(중댜)교수 들의 논문, 강의초,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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