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은 제4회 농민주일이다. 농민주일을 맞아 각 교구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에서는 농민주일 강론 자료를 냈다. 가톨릭 농민회 마산교구 회장 신장욱(발라바)씨가 쓴 강론자료 「밥 한 그릇에도 삼라만상이 들어있습니다」를 요약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우리 농촌을 살리고, 우리의 생활을 하느님 창조질서에 합당하게 변화시키고자 농민주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농민주일을 맞아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농사일을 통해 하느님 창조사업에 묵묵히 동참하고 있는 우리 농민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농업위기, 환경생태계 위기로 표현되는 생명위기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이천년 대희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새 천년을 바라보고 있는 오늘 우리가 지내고 있는 농민주일의 기본정신은 희년의 정신과 같은 평등과 화해의 정신입니다.
농촌과 도시, 자연과 인간이 평등하게 되고, 그간 진행되어 온 인간과 인간 사이, 인간과 자연사이의 잘못된 억압과 약탈구조는 생명과 화해의 구조로 변해야 합니다. 교회는 농촌살림을 통한 화해와 평등의 실천을 위해 지난 94년부터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95년부터는 농민주일을 제정해 이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전개하고 있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새천년을 맞이하는 그리스도교의 대안운동입니다. 이것은 자본과 독점과 파괴의 모습에서 벗어나 상생과 공존의 모습을 지향하는 도농공동체운동인 것입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의 몇가지 대원칙을 함께 생각해 봅시다.
우선 생명의 밥상과 농촌을 살리려면 우리는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개발도상국의 공업화와 사막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식량경작 가능면적이 매년 수백만 헥타르씩 소실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세계인구의 40%이상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매일 2만5000여명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농업은 인간과 자연이 협력하여 하느님 창조사업에 가장 친숙하게 참여하고 모든 이의 일용할 양식을 공급하는 좥생명의 종합산업좦입니다. 농촌은 모든 생명이 창조질서에 따라 공존공생하는 좥생명의 터전좦이며, 모든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입니다. 농민들은 바로 이런 일을 수행하며 생명의 모태인 땅을 가꾸고 보존하는 좥생명의 일꾼좦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또한 우리 농업을 살리고 우리의 식탁을 살리기 위해서는 올바른 농업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비판과 감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우리 논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쌀농사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유럽산 축산물 다이옥신 검출파동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수입농축산물에 대한 검역제도의 강화를 촉구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올바른 식생활 실천운동이 필요합니다.
첫째, 몸은 흙과 하나이기 때문에 먹을거리는 제 땅에서 난 것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인간의 생체리듬과 자연의 리듬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제철에 난 것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제손으로 해먹는 것이 좋습니다. 인스턴트 식품, 패스트푸드에는 인체에 해로운 화학첨가물 등이 들어있어 각종 성인병을 유발합니다.
넷째, 곡식에는 씨눈에 영양분의 65%가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통째로 전부 다 먹는 것이 좋습니다. 다섯째, 감사하며 소식해야 합니다. 모자란 듯 적게 먹고 밥을 만들어주신 하느님과 바람과 물과 흙, 그리고 농민과 어머니에게 감사하며 먹도록 밥상교육을 해야합니다.
이상의 바른 식생활의 원칙을 실천할 때, 우리는 건강한 삶과 정서를 유지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의 핵심은 도시의 한 본당공동체가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 하나의 농촌 생산공동체와 생명의 먹거리를 매개로 연대 교류하는 것인데 이 운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대량생산, 소비에 길들여진 우리의 습관과 사고방식이 생명의 문화를 지향하는 것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오늘 농민주일을 맞아 겨자씨와 누룩의 역할을 다짐합시다. 이 시대가 요청하는 겨자씨와 누룩의 역할이 농촌과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우리 교회가 가톨릭농민회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 동참하고자 다짐합시다. 이같은 우리의 다짐이 실천되었을 때 시름에 찼던 농촌이 활력을 찾고 움츠렸던 자연이 기지개를 펴고 우리의 밥상은 공해의 식탁에서 생명의 밥상으로 바뀔 것입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