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에게 겨울은 서러운 계절이다. 다른 계절보다 유난히 드는 돈이 많아 없는 살림이 더 서럽게 느껴진다. 김장도 해야 하고 연탄 값도 들어야 한다. 여름이라면 그저 먹는데에만 돈을 들이면 되지만 겨울에는 찬바람을 막아야 하고 깨진 유리창에 비닐이라도 갈아붙여야 한다.
특히 집도 절도 없는 노숙자들이나 한끼 먹거리를 해결할 수 없어 주린 배를 움켜쥐어야 하는 결식 아동, 노인들의 겨울나기는 그야 말로 비참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주위의 이런 가난한 이들의 겨울 나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관심과 함께 기꺼이 자기 소유의 일부를 희생해서 이들의 겨울에 조금이라도 온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가난한 이들과의 나눔은 자신을 온전히 희생 제물로 바치신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의 의무이다.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일은 의무이자 책임이다. 하면 좋고 안 해도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IMF 경제 위기가 어느 정도 호전됐다고 하던 때에도 노숙자의 수는 줄어들 줄을 모르고 있었다. 없는 사람들의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밥 한끼를 해결할 수 없어 끼니를 굶는 아이들의 현실은 참으로 우리를 허탈하게까지 한다. 가장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배를 주려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과연 양심과 인정이 있는 사회인가 하는 회의를 갖게 한다. 결식 아동들은 그나마 학교에 나가면 급식이라도 받아 허기를 면하지만 휴일이나 방학 때면 그조차도 불가능해진다. 물론 정부에서는 365일 급식 지원 대책을 수립했지만 지난 여름방학 동안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실제 급식비가 지급된 곳은 거의 없거나 있어도 액수가 턱없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경기가 전반적으로 회복됐다는 시기에도 결식 아동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는 서민들의 생활 형편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독거 노인들의 겨울나기도 힘겹다. 가끔 우리는 홀로 사는 노인이 외롭게 세상을 떠나 며칠이 지난 뒤에야 이웃들에 의해 발견됐다는 참담한 소식을 듣기도 한다. 거동할 힘조차 부족한 이들 노인들도 결식 아동 만큼이나 많은 수를 차지한다.
전국의 본당들 중에서는 이들 결식 아동이나 노인들을 위해 도시락 봉사를 하거나 무료급식을 하는 곳이 적지 않다.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이런 활동 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집 없는 설움, 밥 굶는 설움은 어떤 것보다 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처지이다. 어떤 미사여구로도 우리 주위에 찬바람을 막을 수 없고 주린 배를 채울 수 없는 이웃이 있다는 것은 변명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본당 관할 구역에서 이렇게 가난하고 굶주린 이들이 없도록 우리 모든 교우들은 관심과 사랑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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