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에서 공부할 때 나는 음식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음식이 맞지 않아서 하루에도 화장실을 몇번 씩 가야만 했다. 공부를 시작 하기도 전에 죽을 것만 같아 교구장님께 말씀드리고, 기숙사에서 나와 자취를 시작했다. 자취를 하면서 하루 세끼 한국음식을 해먹 으니, 좀 살 것 같았다.
매일 방 청소하고 밥짓고, 시장보고, 김치 담고, 빨래도 했다. 세탁기 가 없는 집이라 손빨래를 해야만 했다.
우리나리에는 화장실 바닥에 물 빠지는 구멍이 있고, 또 빨래대도 있어서 손빨래를 하기가 쉽지만, 이태리에는 화장실에 물 빠지는 구멍이 없어서 빨래하기가 아주 불편했다. 빨래를 세면대에 서서 하거나, 욕조에 들어가 쪼그리고 앉아서 했다. 세면대에 서서 빨래를 하면, 허리가 아프고, 세면대 밖으로 물이 튀어 바닥이 흥건하게 괴였다. 또 욕조에 들어가 쪼그리고 앉아서 빨래를 하면 욕조 폭이 좁아 불편하고 손 빨래질하기가 힘들었다.
빨래를 하다가 힘이들면 욕조 밖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욕조 안으로 허리를 굽혀 빨래를 했다. 허리를 욕조 난간에 걸치고 빨래를 하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무슨 죄를 많이 지었기에 죄인처럼 이렇게 무릎을 꿇고서 빨래를 해야 하나!』
자취를 두 달 정도 했을 때, 손바닥에 물집이 생기면서 피부가 벗겨지기 시작했다. 벗겨진 부분이 또 벗겨지면서 피가 날 정도로 아팠다. 한국에 전화를 했더니 「주부습진」이라고 했다. 『나는 주부도 아닌데 웬 주부습진이 나에게 걸릴까!』
그때부터 나는 해마다 여름만 되면 손바닥의 피부가 허물벗듯이 벗겨 졌다. 올해에도 서너 차례 피부가 벗겨졌다. 소주와 식초에 한 시간동안 손을 담그고 민간요법으로 치료를 했다. 손이 깨끗이 나은 것 같았다. 그런데 신설본당 신부가 되어 장갑을 끼고 일을 하다보니 또다시 주부 습진이 나타났다. 장갑을 끼면 주부습진이 생기니 참으로 난감하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찾아오는 주부습진에 지친 나는 하느님께 하소연 한다.
『하느님, 당신이 알아서 하십시오. 이 놈의 주부습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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