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대희년을 맞아 열린 다양한 행사들 중에서 11월 5일 도.농 한마당 잔치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이날 행사는 농민들과 소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 해의 수확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하고 기뻐하며 서로 서로 노고를 격려하는 자리였다.
길놀이로 시작된 잔치는 추수감사미사로 절정을 이루고 「대희년 도농 생명의 연대 실천 선언문」을 발표해 생명을 살리고 땅을 살리는 공동체적인 삶을 다짐했다. 실로 한국의 농민들이 처한 현실은 흔한 말로 벼랑 끝과 다름이 없다. 지난 94년 춘계주교회의 결정으로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 출범하고 96년부터 범교회적인 운동으로 확산되면서 이 운동은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여러 해가 지난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으며 더욱 심각하고 위협적인 도전들에 직면해 있음을 매일매일 일상생활을 통해서 확인하고 있다.
우선 여전히 어려운 농촌 경제 문제는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외국 농산물이 봇물 터진 듯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범람하고 온갖 농약에 뒤범벅이 된 농산물 이 우리 식탁을 차지하고 있다. 생명의 터라고 할 수 있는 우리 농촌의 땅들은 온갖 환경 오염으로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으며 유전자 조작은 생태계를 교란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농촌살리기, 농민살리기가 단지 시골 어디에서 구차 하게 살아가는 이웃을 돕는다는 시혜적 차원의 시각을 버려야 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생명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살아 가는 공동체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저 농민들의 물건을 얼마간 팔아주고 수입농산물 대신에 약간의 희생으로 우리 농산물 을 먹어주면 된다는 안이한 자세로는 하느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상을 원래 모습대로 돌려놓음으로써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한다는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이룰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농촌과 우리의 땅은 생명의 터전이며 하느님 창조질서 보전의 원천 이다. 농촌이 피폐해지고 몰락하면 우리의 온 공동체가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도농 한마당 잔치가 매해 일정한 시기에 정해둔 일회적인 행사로 끝나지 않고 우리 매일의 일상에서 벌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농촌에서 우리 생명 살림을 꾸려가는 농민들과 도시에서 농산물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끊임없는 연대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각 본당마다 농촌의 본당 들과 자매결연 등의 형태로 유대와 연대를 긴밀하게 가져야 할 필요 가 있다.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명의 하느님을 믿는 우리들은 우리의 땅을 생명의 땅으로 보전하기 위해 이런 어려움들을 신앙의 힘으로 지혜롭게 해결하면서 하나의 운명공동 체로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