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본당에서 천막을 치고 주일미사를 하다보니, 모든 것이 새롭다. 환경이 나로 하여금 창피한 생각을 하게 했다. 오늘은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해야겠다. 인보성체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사랑의 집」에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매월 둘째 주일 오후에 그곳에서 미사를 하던 신부님이 시골로 발령이 나서 떠나면서, 내게 미사를 부탁했다.
「사랑의 집」수녀님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미사를 하기로 했다며 인사를 했더니, 수녀님은 고맙다며 말씀하신다. 『이번 주일이 추석 이틀 전이므로, 본당 신부님들이 바쁘실 것 같아서 저희 식구 들은 모두 차를 타고 근처 성당으로 미사를 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다음달부터 미사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미사에 갈 수 있나요?』라는 내 질문에 수녀님은 대답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갈 수 없습니다』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성당에 못간다는 수녀님 설명에, 마음이 저려와 나는 얼른 말했다.
『제가 미사를 하러 가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각났다. 『미사에 다른 사람들도 오나요?』주변에 사는 신자들과 봉사자 몇 명이 미사에 온다는 수녀님 설명에, 내가 미사를 하러 가면 주일헌금을 본당에 가져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천막성당을 시작한 지 3주도 못되었는데, 내가 벌써 돈독이 들었나 보다.
차가 사랑의 집에 도착했을 때, 다른 신부님은 주일헌금을 어떻게 할까하는 궁금한 생각이 들어, 한 신부님에게 전화로 물었더니, 그냥 그곳에 두고 온다고 했다. 『오메, 나는 주일헌금 때문에 미사하러 왔는데』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차에서 내려 「사랑의 집」식구들을 보는 순간, 나는 부끄럽고 창피했다. 그곳에 사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 들과 가난한 분위기가 주일헌금을 챙기겠다는 내 마음을 더욱더 부끄럽고 초라하게 만든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주일헌금 이래야 겨우 5000원도 안되는데….
주일헌금을 두고 오면서 나는 주님께 투정을 부렸다. 『하느님, 디게 창피하고 부끄럽네요. 쑥스러우니까 그만 쳐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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