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을 치고 첫미사를 봉헌했지만, 아직 사제관으로 사용한 아파트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하루에도 여러 번 성당부지에 왔다갔다 했다. 오전에는 주로 작업복 차림, 미사시간 때가 되면 로만칼라를 하고 미사를 집전하러 다시 갔다. 제의와 미사책을 쌓은 보따리 하나, 촛대와 초를 넣은 쇼핑백 하나, 여행용 미사가방 하나. 30분전에 가서 2층 식당에 미사 준비를 마친 나는 식당 밖에서 신자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십시오』
아직 누가 신자인지 모르니까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손가방을 보고서 신자인지 아닌지 판단해야만 한다. 한번은 아주머니가 아이들을 데리고 길을 건너서 식당 쪽으로 오는데 영락없이 신자 같았다. 나는 큰 소리로 반갑게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십시오』. 그 아주머니는 멀쑥한 표정에 놀란 눈을 크게 뜬 채 나를 쳐다보면서 그냥 지나갔다. 또 한번은 식당주인과 함께 식당 앞에 서 있는데, 어떤 사람이 길을 건너오면서 크게 인사를 하기에 나도 반갑게 맞으며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 사람은 식당주인에게 인사를 했는데, 나는 나에게 인사를 하는 줄로 착각했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십시오』하며 인사하는 내 모습과 미사가 끝나면 재빨리 문밖으로 내려가 『내일 또 오십시오』하며 신자 들을 배웅하는 내 모습이 마치 식당을 개업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식당주인 같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우리 신설본당은 최고의 봉사정신으로 손님(?)들을 모시겠습니다』
하루는 본당 첫미사 때 손주와 함께 미사에 참석했던 할머니가 손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미사 때 모기에 물려 손등이 퉁퉁부어 오른 손주 녀석이 『썩을 놈의 성당에 가서 모기에 물렸잖아』하면서 화를 냈단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느님, 그날 저도 모기에 여러방 물렸지만, 저는 썩을 놈의 성당…이라고 화를 못내겠네요. 본당 신부인 제가 그런 욕을 하면 당신께 너무나 큰 충격 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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