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대 안동교구장 박석희(이냐시오) 주교의 서거는 안동교구민은 물론이요, 평소 그분을 존경하고 따르던 수많은 사람들과 특히 한국천주교회에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다. 항상 겸손하고 덕이 높으셨던 박주교의 서거는 교구장 재임 9년10개월을 넘기며 이제 본격적으로 소속 교구와 한국교회를 위해 크게 활동하실 분이었다는 점에서 아픔을 더해주고 있다.
박주교는 농촌 출신으로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농촌 교구의 교구장으로서 가난한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던 분으로 기억되고 있다. 최선을 다해 효율적인 농촌사목을 추진했던 박주교는 올바른 농업정책 수립을 위한 대정부, 대사회 활동에도 앞장서왔다. 평소 교구청 뒷편에 텃밭을 마련해 틈틈이 손수 농사를 지어왔다는 박주교의 「농촌, 농민 사랑」은 불과 2주일 전에 대희년 전국 생명, 환경 신앙대회를 유치해 생명,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로 삼았다. 학자 출신의 박주교는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장, 정의평화위원장을 역임하면서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적절한 메시지를 제시하면서 한국천주교회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냉전시대가 종식되면서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신자유주의의 범람을 막아야 한다는 교회정신에 따라 여러차례 유용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세미나를 개최해 사형페지운동에도 적극 나서온 박주교의 갑작스런 서거는 아직도 할 일이 참으로 많은데 너무 일찍 떠나셨다는 애석함을 한결같이 토로하게 하고 있다. 평소 별다른 지병이 없었던 박주교의 서거는 전국 생명 환경 신앙대회, 추계 주교회의, 연이은 본당 사목방문 등으로 인한 누적된 피로때문이라고 알려져 아쉬움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신 박주교의 서거가 오늘을 사는 우리 신앙인 모두에게 주는 가르침은 무엇인지 곰곰히 되새겨 볼 일이다.
교황님 주례의 주교들의 대희년(8일) 행사가 로마에서 열리던 그 무렵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사실도 남다르게 생각되어지기 때문이다. 준수한 용모에 반듯한 심성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박주교의 삶은 오직 참된 목자로서 하느님과 그 나라 확장을 위해 송두리째 자신을 바쳐 살아온 한평생이라 기록될 것이다. 생전의 노고에 대한 상급을 천상교회에서 다 받아 누리 시기를 기원하면서 다시한번 애도의 뜻을 표한다. 무엇보다 황망히 목자를 잃고 망연자실해 있는 안동 교구민들의 슬픔에 전국신자들과 함께 나누며 주님의 따뜻한 위로와 더 큰 은총이 있기를 빌어본다. 박석희 이냐시오 주교님, 하느님 품안에서 영복을 누리시며 천상에서도 한국교회를 지켜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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