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싱겁게 끝났다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고 한여름의 더위를 피해 휴가를 즐기고 있는데 인간의 과학기술을 비웃기라도 하듯 갑자기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쏟아져 내렸다. 해마다 겪는 물난리, 올해는 무사히 지나는가보다 했더니…. 곳곳에 쏟아진 폭우로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앗기고 삶의 터전을 잃었다. 게릴라성 집중호우는 도둑과도 같아 미리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
환경적인 재난으로 지역간의 격차는 물론이고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격차도 날로 커지고 있다. 자연재해는 天災이기보다는 人災였다는 自省의 소리가 늘 있어 왔다. 특정 지역에만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홍수야말로 人災임에 분명하다. 무엇이 홍수를 人災라고 판단하게 하는가? 요즘 홍수나 가뭄은 지구 온난화 현상의 한 예일 뿐이다. 홍수의 원인이 에너지의 무분별한 사용에서 온 것이라면, 그 책임은 마땅히 에너지를 지나치게 사용한 부유한 사람들에게 있다. 왜냐하면 지자제가 실시되면서 부유한 지역은 환경재난에 미리미리 대비할 수 있지만, 가난한 지역 사람들은 환경재난에 그대로 노 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기후변화과정은 인간의 산업활동에서 비롯되었고, 이를 적절하게 제한하지 않는다면 지구온도를 점차 상승시킬 것이라고 한다. 기후변화의 부정의(injustice)는 북반구에서 방출하는 높은 양의 온실가스에 따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의 결과인 가뭄이나 높아지는 해수면, 폭풍의 고통은 엉뚱하게도 남반구의 나라들이 짊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남반구 국가들이 지닌 지형적인 특징에서뿐만 아니라, 부유한 북반구의 나라보다 재해 상황에 대처할 재원을 더 적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롯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기술시대의 윤리는 바로 이런 문제에서 책임의 소재를 분명하게 해야 하는 데 있다.
그렇지만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비하는 사람들은 저지대에 사는 사람들과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재앙과 익사에 공동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날씨가 덥다고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틀어놓은 에어컨에서 발생시킨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를 불러 일으켰고 이상기후현상을 몰고 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더 나아가 그 피해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에도 마땅히 양심의 가책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샤워시설을 갖춘 부유한 가정에서 매일매일 샤워하면서 쏟아버린 물이 실은 토지가 사막화되어 기근에 허덕이는 지역의 주민 수천 명의 먹을 물이라는 사실도 우리는 의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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