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모태인 대지가 죽어가고 있다. 생명의 숨결인 공기가 오염되고 있다. 생명의 젖줄인 물이 썩어가고 있다. 땅·하늘·물이 온전치 못하 므로 그것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온갖 생명들이 지금 신음하고 있다』 지난 9월 24일 경북 문경시민운동장에서 개최된 「2000년 대희년 전국 생명.환경 신앙대회」의 선언문 내용 중 일부다. 생명 및 환경 문제는 참으로 이 시대 온 인류가 풀어가야 할 최대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천주교회가 2000년 대희년 경축 전국 4대행사 중 하나로 이번 「안동교구 주최 생명·환경대회」를 마련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생명의 터전인 자연을 보전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한국 천주교 주교단의 판단에 따라 이번 대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새천년기 생명.환경 문제를 신앙 안에서 새롭게 조명하기 위한 이번 대회는 또다른 인간회복 운동을 시작하겠다는 한국천주교회의 결의가 담겨있다. 누구보다 먼저 「우리 신앙인들이 소비문화를 개선 하는데 앞장서 나가자」는 대회 취지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편리함만 쫓거나 개인적인 이기심 만을 앞세워 이웃의 불편함과 아픔을 못본척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를 중시하며 자연과의 조화 속에 살아온 아름다운 전통 생활양식을 버려왔다.
특히 생산성과 경쟁력의 논리 앞에서 절제의 미덕, 이웃과의 따뜻한 정, 공동체의 유대감을 잃어버렸다. 인간의 무지와 탐욕에 시달려온 생태계는 깊은 신음 속에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성체를 받아 모실 때마다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일에 더욱 헌신할 것을 다짐하도록 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사고의 전환과 생활태도를 완전히 바꿔나가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생명에 대해 경외심을 가지고 물질적 풍요와 절제 사이에서 슬기로운 균형을 이루는 생활규범을 실천해 나가자. 자원을 아끼고 낭비를 줄이며 온갖 쓰레기를 배출하는 생활방식을 개선하고, 합성세제와 농약 사용을 줄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헌혈, 장기 기증, 입양, 도농교류, 환경 친화운동, 장묘문화 개선 등 더불어 살고, 나누며 사는 길을 찾아 그것을 실천하는 일에 앞장서도록 하자. 2천년 대희년을 맞아 우리는 자연이 죽어가고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무시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뒤틀려진 생명·환경의 질서를 바로잡는 일이야말로 하느님 자녀로서의 중요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난의 영성을 깨닫고 이기적인 욕심과 편리 추구에서 벗어나 불편을 참아내는 마음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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