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원제가 지은 「금루자」에서는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인간사회의 모습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호나라에 한 부자가 있었다. 그는 양을 아흔 아홉 마리나 갖고 있었지만 늘 어떻게하면 백마리를 채울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그의 이웃에는 양 한마리를 가진 사람이 있었다. 양 한마리에서 나오는 젖으로 근근히 생활을 꾸려 나가는 사람이었다. 이 모습을 본 부자는 그의 이웃을 찾아가서 이렇게 졸랐다.
『나에게 한마리만 더 있으면 딱 백마리가 됩니다. 그 한마리 때문에 백마리가 못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경제성장률이 7%선에 이를 정도로 경기회복세는 뚜렸해졌지만,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
소득 양극화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서민층의 세금부담은 더욱 무거워지고, 상류층의 변칙적인 상속은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민들의 위화감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리만 더 있으면…
전문가들은 또 빈부격차 현상이 고착화될 경우, 무엇보다도 사회적으로 흉악한 범죄와 각종 사기가 횡행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소득분배의 악화와 고실업현상은 우리나라 지역주의와 맞물려 망국적인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체제의 위협으로까지 작용할 우려가 다분히 있다. 어떻게 해야할까? 강자가 오히려 약자를 짓밟고 부자가 오히려 빈자의 몫을 갈취하는 사회풍토에서 어떻게 해야할까?
성자의 나라 인도를 지배하는 사상은 우리와는 다르다. 남보다 조금더 넉넉하게 사는 사람은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자신이 남들에게서 조금씩 뺏어다가 재산을 채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몫인 양을 자신의 우리에 키우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것을 못가진 사람에게 나누어줌으로써 그들과 똑같아지려는 것이다.
아홉을 가진 사람이 하나를 가진 사람에게 나눠갖는다는 의식, 여기에서 「○」의 철학이 나오는 것이다. 더 갖는 것도 덜 갖는 것도 없는 공평한 나눔이 곧 「○」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백마리 양의 집착에서 벗어나야한다. 밤새 어떻게하면 백마리 양을 채울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사이에 늑대가 아흔 아홉 마리 양들을 물어가는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어떻게하면 우리가 백마리 양의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여기에서 또하나의 옛날 얘기를 인용해본다.
가난한 부부가 하느님에게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아내의 소원은 「비단 열필」만 생기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남편은 이왕이면 「비단 백필」이라고 할 것이지 겨우 열필이 뭐냐고 화를 냈다. 그러자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난들 왜 비단 열필보다 백필이 좋은지 모르겠는가? 그러나 비단 백필이 생기면 당신은 반드시 딴마음이 들어서 첩을 얻으려 할 것이다』
오늘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옛날 얘기가 아닌가. 바로 이런 것이 어디에 치우침이 없는 ○의 사상, 동양적인 중용의 정신이다. 과욕은 언제나 인간을 해치고 만다. 요즈음 팔자에 없는 뇌물을 받았다가 부부가 함께 철창 안에 갖힌 사건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동양적인 중용의 정신
우린 게걸스럽게 먹는 돼지의 탐욕을 비웃지만 사실 자신의 양도 모르고 과식해서 배탈이 나고, 그래서 소화제를 먹어야하는 것은 도리어 인간쪽이 아닌가? 더도말고 덜도말고 보름달만 같아라고 빌었던 옛사람을 생각해 보자. 비단 백필보다 열필을 바랬던 소박한 소망을 생각해보자. 호사다마란 말은 거짓이 아니다. 혼자 기뻐하기보다는 같이 기뻐하는 일을 만들자. 그리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쓰고 적당히 쌓아두자. 오늘도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분께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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