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는 꾸지람을 이유로 노인의 등을 발로 걷어차 숨지게 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실로 있어서도 안되고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난 것이다. 뉴스를 통해 이 사건을 접한 모두는 「이럴 수가」하며 의아해 하고 있고 어쩌면 우리사회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하는 허탈감에 빠져있다. 무엇보다 꾸지람을 들었다고 전철에서 내린 노인을 일부러 뒤쫓아가 노인의 등을 발로차 결국 숨지게 하는 이런 세상을 살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숨진 염모 노인과 15세의 중학생 모두 가톨릭신자라는 점이다. 하느님의 사랑을 가르쳐온 교회로서 그 책임을 통감하며 「어떤 문제부터 풀어가야 이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철부지 소년의 욱하는 순간적인 감정으로 인한 사건일 지라도 참으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기에 우리는 사건의 내용을 접하는 순간, 사회에 만연한 세대간의 불신과 폭력문화, 인성교육의 부재를 다시 한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운명을 달리한 노인과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저지른 중학생 모두가 신자라는 점에서 종교교육도 이런 사고를 막는데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남겨주고 있다. 단순한 교리를 가르치고 신앙생활의 방법을 가르쳐온 것이 주일학교 종교교육이 아닌가를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반성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자신의 가치를 위해 남의 가치, 이웃의 가치를 희생 시키는 풍조, 자신을 위해서라면 남의 그 어떤 희생도 요구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교회는 정말 어떤 것을 가르 쳐야 할지, 반성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은 하느님 다음으로 공경하고 잘 모셔야 할 분이라고 말하면서도 교회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보다는 보다 소극적으로 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고령화 사회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노인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전망이다.
노인에 대한 공경심이 사그라 든다면 노인은 단순히 귀찮은 존재, 가치가 약해진 존재로 밖에 인식될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러나 우리가 중요시해야 해야 할 것은 그 문제를 방치할 경우, 서구사회와 같이 사회적 룰이 잘 짜여져 있지 않은 우리 나라로서는 사회적 근간이 무너지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차제에 지하철안의 경로석문제가 나왔으니 말이지, 형식적인 경로석의 배치로 노인에 대한 공경의 예를 다했다는 편의에서 벗어나 우리 마음 속에 노인에 대한 사랑과 공경이 자랄 수 있도록 학교를 비롯해 우리 교회 에서도 충분한 교육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지하철 경로석 문제만 봐도 진정으로 노인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는 미덕이 자신에게는 더 큰 행복이 됨을 알게 하는 가르침, 또 남을 위한 작은 배려와 희생이 진정으로 자신을 위하는 길임을 깨닫게 하는 교육이 요청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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