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신앙교리성이 최근 발표한 선언 「주님이신 예수님」은 특별히 아시아 교회의 신학자들과 아시아 교회에 각별한 의미와 중요성을 갖는다. 그리스도교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서구 유럽과는 달리 아시아는 수많은 토착 종교들이 공존해 있는 지역이며 나름대로 각 지역마다 수준 높은 정신 문화와 철학을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가톨릭 교회는 이미 지난 1997년 국제신학위원회의 문헌 「그리스도교와 세계 종교들」을 발표해 타종교 와의 관계에 있어서 우려되는 부분을 지적하고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유일성과 구원 보편성을 강조하고 확인했다.
신앙교리성은 7년여에 걸친 준비 기간 중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여러 나라와 교회 일치, 종교간 대화 문제를 주제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 만큼 아시아 각국 교회에서 종교간의 대화 문제는 교회의 존재와 선교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만큼 교의적인 문제에 있어서 위험의 요소도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 교회의 상황에 대해서도 곰곰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유교, 불교의 뿌리깊은 전통을 갖고 있는 한국 민족은 그 사상의 바탕에 이러한 전통적인 요소들을 짙게 깔고 있다. 가톨릭 신자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때마다 점을 본다든가 사주팔자를 풀이한다 든가 하는 습관이 있는 것도 이런 전통적인 사고방식의 영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한국인 신자들이 다른 종교와 종교인들도 역시 가톨릭 교회나 신자들만큼 구원의 길을 향해 갈 때 동등한 위치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은연 중에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문헌은 이와 관련해 교회의 선교활동은 『종교다원 주의를 「현실조건으로서」뿐 아니라 「원칙적으로」까지 정당화하려는 상대주의 이론에 의해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현실적으로 수많은 다른 종교인들이 함께 평화롭게 공존해야 하는 현실적인 여건을 지나치게 수용하는 나머지 교회 안이나 밖이나 구원의 길이 같은 정도로 열려 있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문헌이 발표되면서 일부 다른 그리스도교나 타종교인 들은 심한 거부감까지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오해에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타종교와의 대화에 있어서 자기 종교의 정체성을 보다 명확하게 인식하고 대화에 임할 때 그 대화는 보다 견고해진다는 것이 교회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 전반에 걸쳐 생기 있게 펼쳐지고 있는 선교의 열기 역시 이러한 가톨릭 교회의 유일성과 구원 보편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면 그 의미가 없어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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