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고압선의 관계를 증명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끊임없이 죽어가고 있고 암에 걸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충북 영동군 상촌면 상도대리의 주민들이다. 이 마을은 오염원이라곤 전혀 없는 자연지대이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이 마을 위로 34만5천 볼트의 고압선이 지나간다는 사실밖에는… 마을이라고 해야 고작 12가구가 사는 이 작은 지역에서 지난 13년간 9명이 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니 누가 봐도 자연스런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주민들은 고압선이 마을의 줄 이은 초상의 원인일거라고 추정하고 있지만, 불행히도 고압선이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입증할만한 연구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고압선이 귀한 생명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여타의 희한한 피해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고압선이 지나는 곳에서는 농사도 제대로 안되고, 비만 오면 감전의 위험 때문에 밖에도 나갈 수가 없다고 한다. 비가 오면 찌릿찌릿한 감전경험을 대부분의 주민들이 경험했다고 하니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가벼이 들을 얘기가 아니다. 환경 선진국으로 모든 면에서 앞서가고 있는 스웨덴에서는 전자파의 위해성(危害性) 때문에 마을을 지나는 고압선의 철거를 시작했다고 한다. 역시 생명을 소중히 할 줄 아는 지혜로운 민족임이 드러난다.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미루고 있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전자파의 피해를 막으려는 시민들의 노력이 대단하다. 그들은 주민의 건강은 주민 스스로가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앞세워 자신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건강을 위해 송전선과 변전소 가까이 있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고 있다. 안그래도 소아 암이나 소아 백혈병의 원인이 전자파라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는 터에 「전자파 방사능에 신체를 노출하는 것은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이다.
인명은 재천이라지만 오늘날 우리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환경재난에 노출되어 있다. 상도대리의 주민들이 애타게 바라는 것은 고압선 이전이다. 혹시 고압선이 이 마을의 잇따른 흉사(凶事)에 아무런 책임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그들의 생명을 담보로 고압선을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하느님의 진노를 사기에 충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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