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았다. 해마다 교회는 순교자 성월을 맞아 순교자들의 행적을 돌아보면서 우리의 신앙을 비추어 보는 거울로 삼고 순교신심 고취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순교자는 그리스도인의 씨앗」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분들의 삶과 신앙을 배우고 체험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올바른 신앙 생활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2천년 대희년이자 신유박해 200주년을 1년 앞두고 맞이한 순교자성월이라는 점에서 어느 해 보다 순교자 성월을 맞는 의미가 크다할 수 있겠다. 한국교회는 세계 교회가 인정하는 것처럼 순교자들이 흘린 피의 터전 위에 설립됐다고 할 만큼 우리 신앙 선조들이 흘린 피는 우리의 신앙을 있게 한 중요한 뿌리요, 저력이요 교회를 지탱해온 힘이다.
따라서 순교자들의 후손인 우리는 대희년을 맞아 그들의 숭고한 순교적 삶을 본받고 그 순교신심을 생활속에서 실천하며 그리스도를 증거해 나가는데 온갖 노력을 경주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교회 일각에서 『순교성인은 있는 데 순교신심은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우리에게서 과연 순교신심을 찾아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전적으로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순교자들의 삶이 우리 신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 바쳐 피로서 지키고 가꾸어 물려준 우리의 신앙유산이 편의주의적인 신앙생활 태도, 자신만 아는 이기주의 신앙, 기복적인 신앙관 등으로 점차 흐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행사위주의 대형 시복시성 운동, 신자들에게 순교신심을 북돋아주고 고양시켜줄 구체적인 프로그램 없이 강조해온 순교신심이 그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성인은 있으나 순교신심은 없다』는 것이다. 순교성인들의 삶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구현해 내려면 그분들의 구체적인 순교신심을 알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신유박해 200주년을 앞두고 각 교구에서 대규모 시복시성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약 200여명에 이르는 이들 신앙선조들이 시복시성된다면 103위 성인 탄생이 이어 한국교회의 자랑이요, 세계교회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그 기쁨에 도취돼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순교신심 함양에 소홀하지 말하야 함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200명이 아니라 단 한사람의 신앙선조가 성인으로 탄생되더라도 그의 순교신앙이 우리 전 신자들에게 잘 투영되고 전달돼 자신의 신앙쇄신의 계기가 되고 삶의 방향을 정하는데 큰 기준이 된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것이다. 시복시성운동과 더불어 목숨을 내어주고 신앙을 지킨 신앙선조들의 삶이 신자 각자의 삶에서 드러 나도록 하는 작업이 시복시성운동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닐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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