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바다를 찾아 통쾌한 파도에 찌든 삶의 때를 다 씻어버리리라. 부푼 기대로 설레는 마음을 달래며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날씨는 화창하고 하늘은 맑게 개었다. 파아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온갖 아름다운 문양을 수놓고 있었다. 동해로 향하는 차량의 행렬은 매우 여유로와 보였다. 모두들 나처럼 휴가를 떠나는 걸까? 고속도로를 이용하면서 요즘 들어 기분이 매우 좋은 것은 휴게소 화장실이다. 가는 곳마다 청결할 뿐만 아니라 예쁜 그림에 시나 명언이 적혀있기도 하고 방향제 내음까지 감돌고 있어 여행자의 기분을 한껏 쾌적하게 돋궈준다. 요즘엔 화장실 천장에 대형유리를 설치해 햇볕이 들게 하고 온갖 꽃들을 심어 화단을 정성스레 가꾼 곳까지 있을 정도이다.
휴게소를 나와 정말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난 데 없이 나타난 대형버스 한 대가 속력을 내며 앞으로 끼어 든다. 이 버스가 끼어 들자 그렇게도 쾌청하던 날씨가 갑자기 검은 먹구름으로 뒤덮이는 것 같았다. 버스에서 내뿜는 매연이 어찌나 심하던지 앞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 이다. 마치 폐차장에나 있을 법해 보이는 낡은 버스는 위험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어이없게도 고속도로 상에서 내가 만난 이 회사의 차량 대여섯 대는 거의가 다 이렇게 노후된 것들이었다.
도로 곳곳에는 무인속도측정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신나게 달리다 카메라에 찍히면 과중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 과속은 운전자와 동승한 사람 그리고 사고시 상대차량에 탑승한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커멓게 매연을 내뿜는 차량들이 환경에 끼치는 과부하는 과속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매연으로 인한 공기오염은 불특정다수의 건강뿐만 아니라 동식물을 비롯한 자연세계 전체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과속보다는 매연단속에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최근 환경부에서는 「매연과다발산차량 신고제」를 운영하게 됐다. 매연의 정도에 따라 3도에서 5도까지가 신고대상인데 월 10회 이상 신고를 할 경우 5,000원권, 월 5회 이상 신고자는 3,000원권 공중전화 카드 1매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신고가 접수되면 차량 소유자에게 검사지시를 내려 자율적으로 처리케 할 계획이란다.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느슨하고 후하게 대처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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