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추(立秋)가 지난 8일이었고 무더위의 절정 말복(末伏)이 이번 16일. 가을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날씨는 여름의 끝자락을 잡고 극성을 부리는건가? 숨이 턱턱 막히는 불볕더위를 어떻게 견뎌낼 수가 있을까?

파주, 문산, 연천, 철원, 동두천 등 경기 강원 북부지역 복구작업도 이번 주를 고비로 막바지에 이르렀고…. 쓰레기와 진흙더미를 걷어내는 재기의 삽질에도 구슬땀이 맺힌다. 인근 군부대와 멀리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도 수재민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언제나처럼 대한적십자사봉사회 회원들이 이번에도 즉각 수해현장으로 달려가 일주일 넘게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경기도의 한 수해지역에서 만난 적십자부녀봉사회 회원은 라면박스에 이재민들이 지친 몸을 부리고 있는 한켠에서 장티푸스 예방접종에 바쁜 일손을 놀리고 있었다. 96년에는 일부지역만 집중적으로 피해를 보았지만 이번에는 피해지역이 여기저기 퍼져있어 봉사의 손길이 고루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아숴워했다.

봉사의 참된 의미

그들의 일손을 내가 잠시 거들고 있는 현장에서도 경적을 울리며 보라는듯이 지나가는 트럭들이 눈에 띄었다. 『○○당, 구호물자 수송차량이라고 커다란 플래카드를 써붙이고 밀려오는 트럭행렬을 보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뭉클하지 않고 답답해져오는 것은 어쩐일일까? 남을 돕는다는 것, 봉사의 참된 의미란 과연 무엇일까?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거든, 남을 기쁘게하는 것을 배워라라는 말이 있다. 방학을 맞아 자녀의 손을 잡고 수해현장을 찾은 아빠, 엄마들, 그리고 고사리손의 초등학교 어린이들, 청소년 적십자단원들. 그들은 참으로 행복하게 보였다.

온 가족이 해외로 피서여행을 떠나 공항은 북새통을 이루고, 전국 유명 피서지의 호텔이 초만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어떻게 악취로 숨막히는 수해현장을 찾아와 온가족이 즐거운 마음으로 땀을 흘릴 수가 있을까?

그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선택된 사람이며, 봉사를 통해 행복을 깨닫고 있는 천사들이다. 줌으로써 얻고, 나눔으로써 가진 것이 풍요로와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번 수해때 서울대교구 각 본당에서는 신자들이 2차 봉헌으로 수재민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나누며 위로하느라고 아름다운 표양을 보이기도 했다.

슬픔을 위한 유일한 치료는 무엇이든 일을 하는 것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나 때문에 남이 기뻐하는 것을 볼때 우리는 보람을 느끼고 행복감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얼마전 노숙자들이 모여 봉사모임을 만들고 무의탁노인들의 집을 수리해주는 일을 우린 보았다. 이번 수해에서도 이같은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어떤 수해지역에선 주민들이 자신들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을 위해 자기들이 받은 구호품을 되돌려 보냈다고 하지 않는가!

슬픔이 슬픔을 돕는다는 말은 사실이다. 작은 슬픔이 큰 슬픔을 위로해주고 껴안을 때 슬픔은 환희로 바뀔 수가 있는 것이다. 고통과 절망은 그 한가운데 있을때 참을 수 없는 것이지만 우리는 고통과 절망을 통해서 환희와 희망에 이르는 길을 찾아오지 않았는가!

슬픔이 환희로 바뀔 때

이번 수해를 통해 우리는 다시 배우고 깨달아야만한다. 참담한 전쟁의 폐허에서 처절한 몸부림으로 다시 세운 재기의 지혜를 배워야한다. 절망과 고통의 IMF터널에서 한줄기 빛을 찾은 우리의 힘을 믿어야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사람이 되기위해 남을 기쁘게하는 일을 찾아 몸소 실천하는 노력을 계속해야만 한다. 기쁜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 15) 폭풍이 지나간 들에도 꽃은 피고, 지진에 무너진 땅에도 맑은 샘솟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