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의 발달에 따른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공상 과학소설, SF 영화 등에서는 인간 복제의 비극, 유전자 변형 실험이 잘못돼 탄생한 괴물 등 최소한의 윤리적 원칙이나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경외심 없이 내달 리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제시한 인류의 암울한 미래상을 보여 주었다. 상상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호기심 어린 이러한 예측들이 어쩌면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몇 가지 사건이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그중 하나가 인간 배아 복제이다. 지난 8월 11일자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36세 한국 남성의 체세포를 이용한 인간 복제를 성공해 배반포까지 배양했으며 이를 15개국에 특허 출원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도 치료 목적의 인간 배아 복제에 대한 허용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유럽윤리위원회는 비록 영국 정부의 조치가 인간 재생 목적의 복제에 대해서는 금지 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과연 그러한 제한이 언제까지 현실적 으로 가능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생명의 존엄성을 수 없이 강조하고 과학기술의 맹목적인 발달을 우려해온 교황청 에서도 생명공학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적절한 윤리적 원칙을 수립해 충실하게 준수할 것을 누차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태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회에서는 지금까지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미흡했다는 느낌이 있다. 여러 차례 관련 언급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교회의 입장 표시나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이 보이지 않았다. 교회는 생명 문화의 건설이라는 측면에서 낙태와 사형 폐지에 대해서 매우 적극적인 대처를 해왔으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 왔다. 이제 생명 공학의 부작용과 위험성에 대해서도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교회는 그 도덕적 힘과 보편성을 바탕으로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하나 뿐인 환경을 보호하며 생태계의 파괴를 막을 소명과 힘을 갖고 있다. 인간 복제를 포함한 생명 공학의 발전은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의 신성함을 훼손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갖고 있다. 물론 생명 공학의 발달로 인류의 공적인 질병을 퇴치하고 보다 나은 복지사회를 건설하며 지금 이 시간에도 수없이 죽어 가는 불치병 환자들의 치유를 도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적절한 윤리적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질 때만 인류를 위한 도구로 남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고 악의적 호기심이나 상업적 동기,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서만 기능할 때 인류의 미래를 암울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교회가 나서야 한다. 다른 종교, 시민 단체들과 연대하고 가톨릭 교회의 오랜 지혜와 양보할 수 없는 윤리적 원칙들을 올바르게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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