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50돌.
1950년 그날처럼 일요일이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한민족복음화추진본부가 서부전선최전방 통일동산에서 거행한 「민족화해와 평화를 위한 대미사 및 걷기대회」에 참석한 5000명의 신자, 이산가족, 장애인, 나환우, 일선장병 그리고 적십자청소년단원들은 「화해와 용서와 사랑」을 주제로 한 강론말씀으로 2천년 대희년의 참뜻을 역설하시는 김옥균 주교의 목소리에 모두 감동적인 반응을 보였다.
새삼 되돌아보면 6.25는 그 이후의 민족사 전개에서 남북 모두에게 벗어날 수 없는 멍에였다. 우리 곁에는 아직도 전쟁의 상흔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남북 모두 다 전쟁이 남긴 슬픈 유산들을 멍에처럼 지고 있다. 공식 발표된 북한 내 학살자 수는 17만 2000명이다.
분단과 전쟁으로 인한 1세대 실향민은 현재 123만명이고 60세 이상의 고령자는 69만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제는 끝내야 할 전쟁
참으로 멀고 험한 길이었다. 분단 이후 55년, 6.25 전쟁으로부터 50년 동안 우리 민족이 걸어온 길이 바로 그랬다.
어느 시인의 시구대로 「고난의 운명을 지고 역사의 능선을 달려온」세월이었다. 우리 주변 곳곳에서 6.25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사의 앞길이 지금까지보다는 순탄하게 펼쳐지리라는 믿음과 기대를 갖게 한다. 6.15 남북공동선언이 그 출발신호다. 그래서 6.25전쟁 50주년을 맞는 우리 모두의 감회가 각별하고 예년과도 다르다.
최근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90%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국민의 대북관이 비교적 유화적으로 바뀌긴 했으나 군비축소, 국군포로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과반수가 한반도에서 전쟁은 더 이상 「없을 것」(66.1%)이며, 북한 지배집단도 「동반자가 될 수 있다」(57.8%)고 답해 달라진 상황인식을 드러냈다.
6.25 50주년을 기념하는 날 김대중 대통령은 『다시는 6.25와 같은 전쟁이 있어선 안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앞으로 우선 남북간에 군사위원회를 설치해 긴장완화와 불가침 등 평화를 위한 조치에 대해 적극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우리의 발길은 아직 조심스러워야 한다. 얼음은 완전히 녹지 않았고, 전도는 그 시야가 탁 트였다고 하기는 어렵다. 공동선언은 총론으로서는 평화 공존의 길을 열었지만, 그 실천을 위한 각론으로는 여전히 넘어야할 장애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정상회담 이후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보이고 있는 언동들은 성급하다 못해 경솔하다. 일부 정치인들은 벌써부터 『주적개념을 바꾸어야 한다』느니 『헌법의 영토조항도 개정해야 한다』느니 하는 주장들을 내놓고 있으니….
그러나 잊혀진 전쟁이 돼서야
미국 행정부는 50주년 6월 25일부터 2003년까지 3년 동안 전쟁발발부터 휴전협정까지 시간대별 상황에 맞춰 전국 규모로 대대적인 추모행사를 갖고 있다. 심지어 미국 프로야구도 25일 모든 경기장에서 참전용사들을 위한 식전행사를 가졌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준비했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후 갑자기 기념행사들이 축소되어 외국 참전용사들의 항의까지 받았다. 역사는 지운다고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화해와 기념은 다른 것이다.
과연 김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악수와 포옹만으로 모든 것을 한낱 과거지사로 돌릴 수 있을까. 세월이 약이란 말인가?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고 후대들에게 그날을 바로 인식하게 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의무다. 6.25는 잊을 수도, 잊어서도 안되는 역사의 기념일인 것이다.
우리는 전쟁이 인류에게 얼마나 큰 죄악이며 한민족에게 얼마나 큰 멍에를 지웠는가를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분단의 현장, 철원 월정리에서 서부전선최전방 통일동산에서 춘천교구 주관으로 전국적인 규모의 6.25 50주년 기념행사 「하나되게 하소서」를 거행했고,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한민족복음화추진본부 주관으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대미사 및 걷기대회」를 성대하게 치뤘다.
그리고 6.25행사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치룸으로써 그때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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