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사랑, 죽음 그리고 남과 북의 화두가 한국전쟁 50주년과 함께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현실 앞에 우리의 6월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국전쟁 발발 50주년을 맞아 낙동강변에서는 '세계평화제전'이 열렸다. 23일부터 사흘간 한국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던 왜관읍 왜관철교 아래 낙동강변에서 당시 인민군 포로가 됐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미국 라이언 일병 등 유엔 참전 16개국 노병들이 초청되어 행사를 가졌다.
『피아 공방의 포화가
한 달을 내리 울부짖던 곳
아아 다부원은 이렇게도
대구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고나
조그만 마을 하나를
자유의 국토 안에 살리기 위해서는
한 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
제 목숨을 다 마치지 못했거니』
6.25때 종군하면서 조지훈 시인이 쓴 시 다부원에서의 일절이다. 낙동강 상류의 조그만 마을 다부원을 놓고 벌인 팔공산 전투는 낮엔 국군지역, 밤엔 인민군지역이 될 만큼 치열했다.
역사의 아이러니?
지리산 빨치산 대장 이현상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많다. 53년 9월 18일 지리산 빗점골에서 토벌대의 집중사격을 받아 사살되기까지 5년간 그는 지리산 남부군의 총사령관이었다. 그 빨치산대장 이현상의 딸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김대중 대통령 일행이 평양 만수대의사당을 방문했을 때 안내를 맡은 이상진이 바로 그 빨치산의 딸이다. 공식집함은 만수대의사당 사무부총장.
아버지가 지리산에 있던 6.25 당시 월북, 김일성 주석 부자의 보살핌 속에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뜻하지 않게 「빨치산의 딸」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지리산 화엄사 입구에 자리한 토벌대장 차일혁 총경의 공적비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제 해원(解怨)의 때가 무르익었으니 천하의 영봉 지리산을 생사의 터로 삼아 동족상잔의 피어린 원한을 풀어…』로 시작되는 비문은 우리에게 더이상 남북 대립으로 인한 역사의 비극을 되풀이하지말자는 절규나 다름없다. 빨치산 토벌에 그야말로 「전설적 공적」을 세운 차총경조차 유필 수기에서 『그때 있었던 은원(恩怨)은 오늘도 변함없이 흐르는 섬진강 물에 흘려 보내자』는 말로 민족의 화해를 기원하기로 했다.
남북정상회담이 그러한 화해와 공존의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휴전선 대남방송을 비롯한 각종 선전 매체를 통한 대남비방 방송을 중단했다고 한다.
일치 이룰 그날을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을 채택한 직후 날아든 또 하나의 낭보임에 틀림없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이런 조치에 호응해 휴전선에서의 방송과 전광판을 통한 대북비방을 즉각 중단키로 했다.
6.25날 경기도 파주군 통일동산에서 거행되는 올해의 6.25 50주년 기념 통일 기원미사와 북한동포돕기 걷기대회는 갑작스런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대미사로 한반도 평화정착과 민족 번영을 기원하는 조용한 행사로 치루기로 했다.
그리고 춘천교구(교구장=장익 주교)에서는 전국적인 규모의 통일기원행사를 강원도 철원에서 거행할 계획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면서 평양교구장 서리인 정진석 대주교는 『우리나라가 분단된 이후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대희년 6월에 이루어진 남북정상회담이 결코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신앙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민족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작용하시는 듯하다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남북이 갈라진 우리 민족이 서로간의 담을 헐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신뢰와 인내심을 가지고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도 오랜 세월 적대관계였던 남과 북이 화합의 길을 찾는데 물론 장애는 많다. 하루 아침에 그 모든 분단과 대립의 벽이 허물어지지 않는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날을!』하며 울부짖던 우리는 이미 나이들어 지구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데 문득 남북정상이 만나고 한반도에 전운이 걷히고 그 위에 평화의 비둘기가 날아가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 것은 확실히 우리들의 기도 때문이리라.
어쩌면 올해 안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평양을 방문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꿈같은 이야기. 정진석 대주교도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북한교회를 방문하여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모두 줄기찬 기도와 용서와 나눔의 실천으로 통일조국의 앞날에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길 빌며 오늘도 주님 앞에 손모아 무릎을 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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