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정당회담도 잘 끝냈고 분단의 비극 또한 막이 내릴듯한 분위기가 온통 나라 안팎을 뒤덮고 있다. 그동안 우린 너무나 오랜동안 담을 쌓고 갈라서 있었다. 마치 하느님의 백성인 이스라엘 민족처럼.
그들은 남북으로 갈려 서로 싸우고 적개심을 불러 일으키며 무력 통일이나 세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전쟁을 자주했다. 늘 명분을 앞세운 것도 사실이었고, 어떤 때는 북쪽이 남을, 혹은 남쪽이 북을 공격하여 영토를 빼았고 동족을 인질로 노예처럼 끌어가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진정한 해방과 민족통일은 하느님의 뜻 안에 회개하여 평화공존을 이루는 것이고 이것은 하느님이 약속하시고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게 하는 것이었다.
민족구원 위해 노력해야
지난 10일 오후 가톨릭대 대강당에서 있은 「민족화해와 일치를 위한 전국 심포지엄」에서 천주교 민족화해위원회를 이끌었던 최창무 대주교(광주대교구 부교구장)는 그때를 상기하면서 『민족의 해방 50년이 분단 50년이 되므로 일제 강점과 지배보다 긴 세월동안 민족이 분열과 갈등, 민족상잔의 상처와 상호간의 증오와 비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교회의 반성과 회개에서 출발하게 되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래서 그 운동은 세 가지 방향, 즉 기도운동, 평화를 위한 교육, 그리고 화해와 일치를 위한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남북의 분단, 6·25전쟁. 이를 통해 생긴 1000만 이산가족, 남북 대치로 50여년간 미움과 불신과 파괴로 상처입은 우리 민족의 이 고통을 외면하면서, 또 최근 남쪽은 차츰 자본자유주의 체제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면서 사치풍조와 과소비로 옷과 음식물이 쓰레기장을 메우고 있다.
경제정책의 실패와 수해로 말미암아 식량의 절대량 부족으로 수백만명이 기아로 시달리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외면한다는 것은 이미 가톨릭정신이 아니다.
한국 교회가 자기 민족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하며 기쁨과 희망으로 바꾸어 낼 때(로마 9, 1∼3) 민족의 구원과 평화의 밑거름이 되겠고 구세주 예수께서 맡기신 사명을 다하는 길이 될 것이다.
교회의 본질은 「선교」와 「사랑」에 있고, 한국교회는 민족공동체의 구원을 위해 노력할 사명을 짊어지고 있다.
따라서 교회는 당연히 민족통일 문제에 대한 관심과 자신의 목소리로 민족의 통일과 북한의 선교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
조건없는 대북원조를
한국교회는 1984년에 한국교회창립 200주년 행사를 준비하면서 북한교회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하여 1985년에 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를 만들었다.
북한에서는 1988년 6월에 「조선천주교인협회」를 만들고 그해 10월에는 평양 장충성당을 건립하는 등 커다란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1995년 10월 27일 뉴욕에서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장인 최창무 대주교가 조선천주교인협회 장재철(1999년부터는 장재언) 위원장을 만난 것을 계기로 남북교회는 성 프란치스꼬의 「평화의 기도」로 서로의 화해와 일치를 다짐했다.
92년부터 매년 이어진 자연재해로 굶어죽어가는 북녘동포를 돕기 위한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도움의 손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한국천주교회가 대북창구인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에 보낸 식량지원이나 일상 필수물품은 수백억원에 달해 그 덕에 장재언 위원장은 작년에 갑자기 북한 적십자위원장 직책을 맡기도 했다.
그리고 북한 농촌의 파종 때 꼭 필요한 비료 20만톤도 우리 대통령이 평양에 가 있는 동안 그 절반 이상이 우리 적십자 퓜チ便湧?통해 북녘에 전달되었고 이런 조건없는 대북원조에 힘입어 잘하면 이번 추석엔 이산가족들의 상봉이 이뤄지게 될 것 같다.
북한에 남아있는 동생들과 오래전부터 편지연락을 해왔다는 천주교 평양교구장 서리 정진석 대주교의 비서 고창근 신부는 설레이는 가슴을 억제하지 못한 채 벌써부터 흥분하고 있었다.
『봉두완 부총재님, 이번엔 저도 평양에 꼭한번 가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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