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교구 가톨릭언론인회(회장=최미화, 지도=이용길 신부)는 6월 2일 오후 6시 교구청 내 꾸르실료 교육관에서 「대희년 맞이 언론인의 밤」행사를 마련했다.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를 비롯해 교구 사제단, 가톨릭신문 이용길 사장신부, 대구평화방송 최영수 사장신부 및 대구 지역 유력 신문·방송사 사장, 신자 언론인들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행사는 「언론인의 대희년 해설 및 대희년 전대사의 뜻」 강의, 미사, 친교의 시간 순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이문희 대주교의 강론이다.
교육사업에 전문적으로 종사하는 예수회에서 발행하는 잡지 Education 1986년 9∼10월호 매스 미디어 교육에 관한 글 안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매일 몇 시간씩 TV를 보고 있습니다.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대개 2000시간(이것은 학교 정규 교육 시간으로 2학년분에 해당됩니다), 16살이 될 때에는 2만시간, 5만건의 살인을 보게 됩니다. 이들은 여기서 보는 특별한 세상을 마치 실제처럼 생각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사람들의 50%가 폭력의 희생자이며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는 부모보다 이혼이나 과부로 사는 사람이 많고, 여기 나오는 사람들의 60%는 남자이고 20%는 경찰이나 탐정입니다. 또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은 폭력이나 권력에 의하는 것이고, 물질적인 부가 행복을 주며, 일시적이고 자기 충족적인 사랑이 정당한 인간관례로 보이게 됩니다좭 그래서 여기에 노출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교육적인 고민이 있으며 매스 미디어를 이용하는 지혜를 쌓는 교육이 필요한 과제로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매스 미디어를 접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다면 매스 미디어의 제작자들이 갖는 태도도 검토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신문과 방송은 알기를 원하는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알리기 위해서 종합하여야 하고, 그래서 선별하는 과정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하는 데는 매스 미디어 종사자들 각자의 안목과 시각과 판단과 생각이 개입되고 다라서 언론인 각자의 취향과 사상과 인격이 사실상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 것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면 그 또한 하나의 생각이며, 그런 가치관에 의해서 제작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 언론인의 주관적인 인식을 그의 제작물에서 완전히 분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매스 미디어에 관한 교령을 발표하였고, 인류에게 봉사하는 매스 미디어의 적극적인 이익을 인정하면서 또한 인류에게 해독이 될 수 있는 위험을 염려하였습니다. 그래서 Communication의 내용은 진실(true)해야 하고, 정의와 애덕 안에 완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전달은 정직하고 적절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취재와 발표 전달에 있어서 윤리법칙을 지키고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을 존중하며, 그에 따라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는 것 모두가 유익한 것은 아니며 지식은 교만하지만 사랑은 건설합니다(1고린8,1)는 말씀을 강조하였습니다(매스 미디어 교령 5항).
인간 정신에 유익 대신 손해를 끼치는 일이 없기 위해서는 윤리 법칙을 완전히 지켜야 합니다. 합당한 존경심을 가져야 할 일에 대해서나, 원죄로 상처받은 인간을 쉽게 악으로 기울게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합니다(동상 7항). 인간 존엄성과 윤리법칙을 지키는 것은 결국 남이 내게 하기를 원치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말하는 황금률로 남을 자기같이 사랑하는 사랑을 실천하게 하는 것이고, 사랑만이 인간을 살게 하는 것임을 알고 사랑으로 살라는 것입니다(1고린 13,1∼9참조). 이 사랑은 마더 데레사에게서 극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오늘날 세상 사람들은 모두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의 사랑은 그의 말 한마디로 알 수 있습니다. 친절없이 기적을 행하는 것보다 친절로 실수하는 편이 더 낫다.
이렇게 사람이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을 행하는 것이라면 언론도 사랑과 무관할 수 없고, 따라서 복음과 무관한 것은 아닙니다. 언론도 사람이 사랑으로 살도록 해야 하고, 진리를 따르도록 안내해야 합니다. 신문 방송은 사회의 공기라는 말을 하고 있으며, 사실상 거의 많은 사람들이 신문 방송에서 하는 말은 공인된 말같이 믿습니다. 그렇지 않고 모두 틀린 말이고 믿을 수 없는 것이라면 그런 것을 읽고 볼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언론은 항상 진리를 말하고자 합니다. 모든 있는 일을 그대로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고, 모든 일이 되어가야 하는 것을 알고 그에 맞추어 지금 상태를 말해야 합니다. 저절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관습을 새롭게 분석하기도 하지마는 그것도 역시 되어져야 할 것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대게의 경우 언론매체는 범상한 것이 아닌 이상한 일을 전하고 있습니다. 개가 사람을 물어야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말을 흔히들 합니다. 이 말도 사실은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것을 미리 아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즉 사람이 개 같이 개를 물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준 원칙 진리가 없이는 함부로 말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진리의 토대 위에서 말할 수 있고, 사람 각자에게 완전한 진리가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절대적인 진리(하느님의 계시)에 연관된 진리의 기준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언론인은 진리와 함께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부단히 진리를 찾아야 합니다. 사람을 편히 살도록 하기 위하여 의학자가 인간 게놈을 찾듯이 언론인은 사회와 세상의 게놈을 알아야 그에 따라 이상한 것을 발견할 수 있고, 그것을 전해서 바르게 해나갈 때 사람들은 잘 살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못살게 하는 언론은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복음과 상관없는 언론은 참으로 세상에 필요한가 물을 수 있는 것입니다. 진리의 기준이 없는 언론이 사람들에게 유익한 것일까 하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해마다 교회는 홍보주일을 지내고 있으며 그때마다 교황님은 홍보에 대해서 주의를 환기시키고 계십니다. 올해도, 특히 2000년 대희년을 지내며, 구원의 기쁜소식이 홍보 매체를 통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좋은 점을 말씀하시면서 모든 홍보매체에 특별한 관심을 갖도록 격려하셨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오늘날 매스 미디어가 사람들의 종교상, 윤리상의 확신에 대해 갖는 편견 또는 존중의 결여에 대해서 매스 미디어의 종사자들의 양심의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대희년은 회개와 화해가 이루어져야 하는 때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회개는 바로 이 양심의 검증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진리에 둔감해진 세속문화 가운데 복음의 빛이 가려져 있다면 참으로 잘못된 일입니다. 절대적이라는 말이 잘 쓰이지 않을 정도로 주관화, 찰라주의화된 물질적 세계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세상은 어떻습니까? 가톨릭 언론인의 할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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