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6일 저녁 성라자로 마을(원장=김화태 신부)을 돕기 위한 제18회 자선음악회 「그대있음에」가 성황리에 마쳤다. 참으로 기적같은 일이다.
고(故) 이경재(알렉산델) 원장신부님이 우리곁을 떠나신지 벌써 2년, 많은 사람들이 지난 5월 11일 부처님 오신 날 신부님이 누워계신 미리내 성지, 성직자 묘역에 다시 모여 촉촉이 내리는 비를 맞아 가며 그때의 얘기를 나누었다.
한 젊은 신부의 인생
6.25때. 1951년 11월 21일 복되신 동정마리아 자헌기념일, 59명의 영세식이 있은지 닷새째되는 날, 26살의 나이어린 사제 이경재 신부가 성라자로 마을 판자촌을 찾은 것은 확실히 하나의 사건이었다.
결국 설립자인 몬시뇰 캐롤은 라자로 요양원을 전담할 사제가 꼭 필요하다고 느낀 나머지 서울대교구장 노기남 대주교님의 허락을 받고 신학생 때부터 다미안 신부의 전기를 읽고 크게 감동한 이 알렉산델 신부의 청을 받아들여 원장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그때 몬시뇰은 가톨릭구제회 한국책임자와 평양교구장 서리, 주한 교황사절 서리 일까지 맡아보고 있었기에 정신이 없었다. 1952년 4월 10일 알렉산델 신부는 마침내 그처럼 갈망해 온 성라자로 요양원에 초대 원장이 되었다.
그리고 1998년 5월 11일 선종할 때까지 46년간 온갖 고난을 이겨내며 나환우들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사제관이 따로없어 환우들의 옆방에서 살면서 젊은 사제는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갑자기 결핵에 걸려 신음하던 신부를 위해 환우들은 뱀을 50마리나 잡아 먹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6개월간 각혈을 하며 성모병원에 입원한 끝에 결국 신부님은 명수대 공소로 옮겨졌다가 주교님의 명령으로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양기섭, 김창석 신부님의 뒤를 이어 1961년 8월에 미국 피츠버그로 갔다.
신부님의 첫 임무는 서울대교구를 재정적으로 돕는 일이었다. 그래서 미국과 캐나다의 각 성당을 다니며 강론을 하고 2차 헌금을 거두었는데, 하루 평균 7-8시간씩 운전을 하며 돌아다녔다.
9년에 걸쳐 45만 킬로를 달리는 동안 자동차를 4대나 바꿨다. 당시 서울대교구장이었던 김수환 대주교님을 모시고 뉴욕교구에서 교구장을 방문했을 때 단지100달러를 선물로 받았다.
1960년 한국교회는 너무나 가난했고, 교구장님들은 갖은 수모를 감수하면서 미국과 독일에 가서 구걸 아닌 구설을 했다.
윤공희 대주교님을 모시고 기나긴 구걸행각을 떠났을 때는 그당시에 유행했던 최희준씨의 하숙생을 함께 불렀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
지학순 주교님을 모시고 뉴욕 부르클린 교구를 찾았을 때 경리담당신부는 주교님께 200달러를 주면서 미사를 200대나 드릴 것을 부탁했다. 주교님은 『이걸 주려고 나를 여기까지 오라고 했나』며 화를 냈다.
청주교구 정진석 신부님(현 서울대교구장)은 로마 유학 중 방학 때가 되면 학비조달을 위해 미국에서 본당신부를 돕고 아르바이트한 대가로 몇 백달러씩 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알렉산델 신부와 여행하는 노상에서 청주교구장으로 피선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국인 신부와 수녀들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주교님의 강복을 청하기도 했다.
위대한 사랑의 힘
이경재 신부가 받은 미사예물은 1-2달러였지만 이것을 모두 모아서 서울대교구로 보냈다. 이제는 성라자로마을에서 중국 베트남 동남아에 널려있는 나환우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몇만달러씩 보내고 있다.
주로 「그대있음에」자선음악회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국내외 수많은 나환우공동체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1970년 12월 19일 알렉산델 신부님이 마을에 부임한 날을 「라자로의 날」로 정하고 라자로돕기회를 발족시켜 오늘에 이르렀다.
나는 지금 라자로돕기회 4대, 7대회장을 하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신비스런 느낌을 갖는다. 한 사람의 힘이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 한 사람의 사제가 이렇게도 놀라운 「사랑의 빛」을 발하는구나 생각할 때면 하느님에 대한 경외심과 두려움을 저버릴 수 없다.
다만 「우리들의 사랑의 씨앗은 머지않아 싹트리라」는 굳은 신념으로 하느님 사업에 매진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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