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강이 풀리고 땅이 풀리고 우리들 마음에 차갑게 응어리진 것들이 풀린다. 봄은 이렇게 모든 것을 풀면서 온다.
새롭게 태어남의 영롱한 빛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우리들의 아버지, 할아버지들은 겨우내 허리에 둘둘 감아주었던 볏짚을 풀어 내어 태우곤 했다. 추운 한철 벌거벗은 어린 나무에 온기를 나눠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묵은 옷이 되어버린 볏짚을 풀어내어 태워버림으로써 새 생명에 또다른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음산한 겨울
이렇듯 봄의 들판은 묵은 것을 태워올린 자리에 새싹이 트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저자거리에 나가 보라. 인터넷 사이버 세상의 거리에 나가 보라. 아직도 음산한 겨울 속에 갖혀있지 않은가!환자들의 고통은 뒤로한 채 의사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외치고 있다. 어디 의사들 뿐이랴.
이미 죽은거나 마찮가지인 퇴출당한 정치인들이 되살아나 목청을 돋구고 있다. 노골적으로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부풀리며 거기에 기대여 정치적 생명을 보존하려는 무리들이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우리들 마음을 심난하게 하고 있다.
그러고도 모자라 다급하게 전직 대통령의 문전을 들락거린다. 그래서 요즘 상도동엔 때아닌 봄이 찾아온 것만 같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줄 줄이 찾아와 애걸하는 이들의 구애와 운소를 즐기고 있다.
그들이 누구인가? 지난 시절 망국적 병폐의 책임에 있는 구습과 구악의 상징적 인물들이 아닌가. 그런데 그들이 되살아나 새로운 당 을 만드록 새정치를 한다고 북새통이다.
흘러간 물로는 물방아를 돌릴 수가 없는데도, 국민이 공감할 수 없는데도, 분당과 신당창당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홧김에 화풀이 정당을 만든다면 이땅엔 또 얼마큼의 정당이 난무할 것인가.
정부수립 이후 우리나라에는 250여개의 정당이 명멸했다. 그러고도 어느 정당도 대당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이합집산을 계속해 왔다. 걸핏하면 분당, 합당, 개당, 창당이었다.
특히 선거는 우리나라에서 정당의 연병장이었다. 지금 다시 간판을 올리고 있는 당도 그때 그 당의 이름을 다시 올리고 있는 것이다.시대는 바뀌었는데 늘상 그 노래에 그 타령들이다. 어디에 새로움이 있고, 어디에 국민의 마음이 담겨져 있는가. 최근 인터넷을 통해 국민들의 불만과 원성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밀실공천이니, 금권공천이니 하는 말들이 또다시 나오는 것을 보면 울화가 치민다』
『총선연대의 낙천자 명단에 포함됐다가 당 공천에 탈락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왜 공천에서 탈락했는지부터 반성해야 할 것 아닌가!』
심지어 이런 글도 올라와 있다. 3.1운동, 3월을 여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자는 제안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우선 기미 독립선언문을 알기 쉬운 현대어로 고쳐 신세대들이 우리 선열들의 숭 고한 독립정신을 알게 하고, 일본어로도 번역해 일본의 젊은 세대들에게도 과거 역사를 알리자 3.1절의 의미를 되새겨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사회운동이 벌어졌으면 한다』
역사의 함성 되살려야
다시 3월 1일의 하늘을 본다. 그 하늘에 메아리쳤던 함성이 들리는 것만 같다.
『언제나 만세 때면/ 잦아 있는 우리 피에 용솟음을 일으키는/ 유관순 우리 누나/ 보고 싶은 우리 누나/ 그 뜨거운 불의 마음 내 마음에 받고 싶고/ 내 뜨거운 맘 그 맘 속에 주고 싶은/ 유관순 누 나로 하여 우리는 처음/ 저 아득한 3월의 고운 하늘/ 푸름 속에 펄럭이는 피깃발의 외침을 알았다』〈박두진 3월 1일의 하늘 중에서〉
3.1운동으로부터 81년 세월이 흘러 다시 3월이 왔다. 독립만세 소리대신 불구대천의 욕설과 경천동지(驚天動地)의 이합집산만이 3월의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대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은 사람들은 다만 자신의 옳음과 남의 그름만 보기 때문에 편당이 생긴다고 했다.
역사가 서민대중들의 뜻을 저버리고 권력 쟁탈을 위한 당파싸움의 각축장이 되었던 이 역사의 비극적 교훈을 우리는 3.1 운동 81주년에 다시 되새겨야 한다. 3.1정신은 민족이 하나되는 정신이며 스스로 떨쳐 일어서는 자주정신, 주인정신이 아니겠는가!
이제 우리가 바로 서서 선택해야할 우리 역사의 몫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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