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가 쓴 동화 「행복한 왕자」는 『행복이 무엇인가』라고 묻는 이들에게 하나의 단서를 제공해 준다.
왕자는 제비에게 이렇게 말한다. 『즐거운 것이 행복한 거라면 나는 진짜 행복했단다. 그런데 내가 죽자 사람들은 나를 동상으로 만들어 이 도시의 온갖 추한 것과 비참한 것이 다 보이는 곳에다 세워 놓았다. 비록 내 심장은 납으로 되었지만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구나』 결국 왕자는 칼자루를 장식한 붉은 루비와 두 눈에 박힌 사파이어와 온몸을 뒤덮은 얇은 순금까지 모조리 굶주리고 헐벗은 이웃들에게 나눠준다. 그리고 마침내 진정 「행복」한 왕자로 거듭난다.
물질적 충족만으로?
새 천년이 당장 우리에게 행복을 안겨줄 것처럼 들떠서 2000년 새해를 맞았다.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무심했던 도시인들도 이 산 저 산, 이 바다 저 바다로 해맞이를 가고, 집단적 광기에 휩싸여 지냈다. 「제2의 자본주의 혁명」과 「지식 정보화 사회」를 예찬했다. 별안간 신들린 듯 인터넷이 몰고온 벤처와 투자열풍에 모두가 혼미해 있었다.
하루 아침에 떼돈을 번 동료를 보면서 「나도 증권거래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신음소리를 내며 괴로워한 사람도 있다. 회환의 20세기를 보내고 대망의 새 천년을 맞았으니 『나도 좀더 행복해져야하지 않겠느냐』고 항변들이다.
그러나 과연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욕구 충족만으로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지난해 말부터 발매된 20억 당첨금의 밀레니엄 복권이 해를 넘기기도 전에 모두 팔려 나갔다고 한다. 하기야 정초마다 복권이 불티나게 팔리고. 역술가, 점술인의 집이 붐비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좀 다르다. 밀레니엄이 상징하듯 3억원으로는 성미가 차지않아 다투어 20억의 당첨금을 내걸었다.
첨단과학문명의 시대를 얘기하면서도 토정비결을 보고 한해 운세를 점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벼락부자가 되어 돈방석에 올라앉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미국의 심리학외 연례발표회에서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하는 실험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 이 조사에서 행복감은 당첨소식을 들었을 때 바로 그 순간 뿐이며, 그 이튿날 아침부터는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을 만큼 심한 피로와 식욕감퇴의 육체적 고통을 호소해 왔다고 한다.
또 심리학자 브리크만 박사가 복권 당첨자와 척추마비 환자가 삶에서 느끼는 행복감을 비교, 조사한 일이 있다. 그 결과 복권당첨자는 한동안 행복감의 극치를 맛보지만 장기적으로 행복하기는 힘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반면에 척추마비 환자는 심한 불행감에 시달렸지만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았다고 한다.
함께 나누는 행복 추구
지금 우리는 진정한 행복에 대한 확신보다 불확실한 미래의 욕구에 대해 자극 수준만 높여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극 수준이 높여진 사람은 웬만한 자극으로 행복감을 맛보기가 힘들다. 따라서 복권당첨자의 행복감이 재활의지를 다지는 환자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대비효과」의 이론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외국의 연구조사 결과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2000년을 맞은 우리 사회는 잘못된 행복관으로 행복불감증에 걸려 허탈해 하고 있다. 몇해전 영국런던 정치경제대학이 세계 54개국을 상대로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행복지수 1위에서 5위까지 못사는 나라 방글라데시, 아제르바이잔, 나이지리아 그리고 필리핀, 인도였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선진국이라는 영국이 32위 프랑스가 37위 독일이 42위 일본이 44위 미국이 46위로 하위권을 그리고 한국은 23위로 중위권이었다는 결과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백범 김구(金九)선생은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새 천년의 화두는 「사회전체의 행복」이 돼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사회는 「인간다움의 존중」을 추구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인간 존엄성의 구현, 도덕성과 생명존중, 사랑나누기 등 인간을 주제로한 내용들이 바로 그것이다. 첨단과학문명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환경이 파괴되고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관계가 공존공영의 번영을 누리지 못하고 황폐화되는 것은 나 하나만의 물질적 풍요를 꿈꾸는 잘못된 행복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새 천년의 사회는 자기를 중요한 존재로 여기되, 다양한 가치와 타인의 삶의 존중하는 사회, 돈과 지위와 권력보다는 자율성과 창의력과 같은 내적 만족을 중시하는 사회, 나눔을 통해 공존공영의 번영을 누리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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