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금년을 세계 평화의 문화 해로 선포했다고 한다. 새천년을 맞아 반목과 질시, 편견과 아집을 떨쳐 버리고 화해와 연대, 공존과 상생(相生)의 문화를 개개인의 삶 속에 정착시켜 나가자는 취지로 제정된 평화의 문화 해를 지구촌의 한 구성원으로서 환영해 마지 않는다.
평화의 문화 해는 천주강생 삼천년기를 맞는 대희년을 살아가고 있는 교회의 정신과 의미에 있어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교회 구성원들은 평화의 문화 해를 맞아 평화의 선물인 그리스도를 본 받아 평화를 도모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금년도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에서 지난 세기야말로 끝없이 이어져온 전쟁과 분쟁, 대량학살과 인종청소로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고 지적하고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착취하려는 욕구, 권력의 이데올로기, 전체주의적 망상, 광적인 국수주의, 타인종에 대한 증오 등을 버릴 것 을 촉구한 바 있다.
동시에 교황은 우리 모두는 어느 한 민족이나 문화공동체만의 행복이 아니라 인류전체의 선익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평화를 위한 완전한 시각의 변화를 강조했다. 지난 세기에 두차례의 세계대전과 인종갈등, 민족분쟁, 종교분쟁 등이 일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아까운 생명을 잃거나 고통을 받아왔다. 바로 이런점에서 유엔이 금년을 평화의 문화 해로 설정한 것은 갈등과 전쟁의 역사를 새천년으로 더 이상 끌고 가지 말자는 다짐일 것이다.
2000년은 우리 모두에게 있어 새로운 시작이며 인류역사를 위한 새로운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간의 전쟁과 폭력의 문화를 평화와 비폭력의 문화로 가꾸어 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러한 평화의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기 위해 우리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적한대로 평화에 대한 개인의 의식수준을 높이고 시각을 바꾸어 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평화의 문화에 깃들어 있는 가치관과 태도와 행동양식을 우리들 각자가 일상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당부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평화의 문화는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 폭력을 거부하고 타인과 나눔을 실천하는 마음, 상대방을 이해하며 경청해 주는 자세, 환경을 보호하는 일 등을 통해 싹트고 성장한다.
교회가 복음화 사명을 수행한다는 것은 평화를 위하여 일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가톨릭신자들은 평화와 정의를 이룩하기 위한 투신이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것임을 명심하고 자신의 작은 가슴 속에서부터 평화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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