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와 있는 외국인 손님을 모시고 밖에서 식사를 할 때의 일이다. 식당 문이 열리며 갑자기 요란스런 유니폼 차림의 미녀들이 나타나 수선을 떨었다. 그들은 모 정유회사에서 나온 사람들로 자기네 회사 카드를 소지한 고객이 있으면 손을 들라고 했다. 그러면 먹은 음식값의 30%를 즉석 에서 현금으로 대신 지급해주겠다고 했다. 마침 그 회사의 카드를 가지고 있던 터라 내밀었더니 정말로 음식값의 일부를 지불하고 고개 숙여 인사까지 하고 나가는 것이었다. 30%의 음식값은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횡재였다.
함께 식사를 하던 외국인은 『왜 저 사람들이 와서 우리가 먹은 음식값을 내주느냐?』고 물었다. 영문을 몰라하는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는 매우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한국은 휘발유 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기름값을 내릴 일이지 소비자의 돈으로 왜 선심공세를 펼치느냐는 것이었다.
미국 환경청의 발표에 따르면, 주유소의 VOC(오존을 만드는 요소 가운데 하나) 배출량이 자동차의 VOC 배출량에 비해 훨씬 많다고 한다. 이에 따라 미국의 볼티모어와 워싱턴 지역의 Amoco라는 주유소들에선 오존경보가 나는 날은 오존 경보기를 주유소에 내걸고, 해진 뒤에 오는 손님에게 특별 할인가격을 제공한다. 이유는 햇빛이 오존을 만드는 요소 중의 하나이므로 해지기 전에는 주유를 자제하여 VOC의 발산을 줄이자는 것이다. 주유소에서 배출하는 VOC는 발암물질인 벤젠 등 독성이 강한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자동차가 연소 후에 내뿜는 매연에 비해 더욱 해롭기 때문이다. 휘발유 냄새를 맡는 것 자체가 이미 폐의 손상을 의미한다.
혹시라도 정유회사에서 이익의 일부를 고객에게 환원하고 싶다면 「대기오염 방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 그 기본 개념은 차나 주유소 지하 탱크에 기름을 채울 때 발생하는 휘발유 기체를 대기로 못나가게 하여 다시 트럭이나 탱크에 모은 후 액체 휘발유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 때 회수되는 휘발유량은 0.4∼0.8% 정도이다. 이 시설은 먼저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뉴저지에서 시범적으로 실행하여 성공을 거두었고, 이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이제 유럽이나 미국에서 냄새나는 주유소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이 시설은 멕시코, 타이완 등에서도 이미 도입하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 나라만 미루고 있는 형편이다. 보다 적극적인 사은공세를 펼치고 싶다면 냄새나지 않는 주유소, 쾌적한 주유소를 만드는 게 더 바람직한 서비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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