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을 깨우쳐 줘 고맙습니다
97년 말, 갑작스레 사형이 집행된 23명의 사형수 중 한 명이였던 김용제군.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자신의 잘못을 진정 후회하는 마음으로 이같은 심경을 토로했었다.
주말 여의도에 놀러나온 인파를 향해 훔친 차를 질주, 당시 6살된 윤신재군을 비롯해 여러명을 희생시킨 용제군은 7년여 동안 감옥에 있으면서 자신의 죄를 겸허하게 반성하며 마음으로부터 죄 값을 치를 준비가 돼 있었지만 우리는 그 기회를 사형이라는 제도를 통해 박탈해 버렸다.
그가 저지른 죄는 용서될 수 없고 용서받기도 어렵다. 그러나 세례를 받고 새로운 사람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줄 곧 지켜본 기자로서는 당시 그에 대한 사형집행이 참으로 아쉽고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사후 장기기증을 약속하고 북한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금요일 점심을 굶기도 했던 용제군은 한때는 살인마였으나 더 이상 흉악한 범죄자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신재군의 할머니 서윤범씨도 용제군에게 관대한 처벌을 내려달라는 탄원서를 낼 정도로 그를 용서하고 있었다. 그러나 용제군은 사형집행을 당하고 말았다. 용서하고 뉘우치는 그에게 범죄예방효과라는 반생명적인 제도를 내세워 우리 모두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사형제도를 존치시킨다고 해서 흉악범죄가 줄었다는 통계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오판에 의해, 또 정치적 목적에 따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가. 또 역대 사형집행자들중 공안사범 즉 국가보안법, 반공법, 비상조치령 등으로 집행된 사람이 살인이나 강도살인죄로 사형된 수보다 더 많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까.
김대중 대통령도 과거 독재정권에 의해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분이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생각마저 드는 어처구니 없는 사형선고가 아니였던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사형제도 폐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신자로서 또 사형선고를 받았던 경험을 가진 김대중 대통령 재임 중에 사형제도가 폐지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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