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마당은 그 집만의 공간이 아니라 그 집과 그 가족을 찾는 모든 이들을 위한 열린 공간이다. 이 마당에서 잔치상이 차려지고 혼례가 치러지고 망자의 관이 동네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나간다. 마당이 있으므로 시골은 아직 사람의 온기를 간직하며 사람 살만하다는 말을 듣게 한다. 이런 시골에 비해 그나마 조그만 마당마저 몇길 담을 쳐 혼자 즐기는 생활에 익숙한 도시인들에겐 그만큼 만나고 다 가가기 힘든 존재가 있다. 바로 이웃!
시골 사람들에겐 지나가던 나그네도 이웃이 될 수 있지만 도시인에게 이웃을 꼽으라면 한참을 생각 해야 할 일로 남는다.
노숙자, 그들은 도시인의 이웃인가. 예수님이 이 시대에 다시 오신다면 누굴 가장 먼저 찾으실까? 모르긴 몰라도 노숙자도 그 축에 낄 것이 분명한 존재다. 예수님의 말씀대로라면 가장 버림받은 존 재이므로. 어떤 이는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 일을 하다 노숙자 돕기에 나섰다고 한다. 소년소녀 가장은 그나마 기거할 집과 가족이나마 있지만 노숙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IMF 2년을 지내며 물 위로 드러났던 노숙자문제, 그러나 이 문제는 사실 줄곧 있어왔던 일이다. 다만 우리의 관심이 그들에게 얼마나 투영되느냐에 따라 그들이 우리의 삶의 마당에 들어오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했던 것 뿐이다.
밤거리를 걸어보라. 새벽녘 지하역사를 한번 둘러보라. 낮에는 보이지 않던 이들이 어디서 그리 많이 몰려들었는지. 도시인의 눈을 피해 화장실 변기에서 손발을 닦고 하루 한두끼로 배를 채우면서도 도둑질할 줄 모르는 이들. 노숙자는 우리를 의식할 줄 아는 착한 이웃인 셈이다. 자신을 뛰어넘지 못하는 나눔, 용기없어 따뜻한 손 한번 내밀어보지 못한 나약함…. 그 가운데 마당을 둘러친 교회와 우리의 마음의 벽은 높아가는 것이다. 대희년, 한바탕 어울림의 마당을 만들려는 이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벽부터 허물어내는 일에 나서자. 이웃을 찾는 길이 나를 찾는 길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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