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엄하고 떨리는 교황님의 음성이 성 베드로 광장에 울려 퍼지는 순간 구름 낀 하늘의 문이 열리고, 30만 명의 순례자들이 바다를 이룬 성령강림 전야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처음으로 전세계 모든 교회운동단체들과 타종교 대표자들까지 한데 모여 성령강림 전야제를 올리는 바티칸에는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인종들이 물결쳤지만 좬비바 빠빠!좭좬우리 교황님은 세계 최고(엘 문도…)좭라며 소리치는 감동적인 드라마가 세시간이나 이어지는 동안 좥그리스도의 한 자녀좦라는 말이 실감나도록 온누리에는 은총이 충만했다.
"2천년전 예루살렘의 작은 다락방에서 예수님이 사도들에게 친히 베푸셨던 성령의 은총이 2천년이 지난 오늘, 바로 이 자리에서 재연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바로 성령께서 여러분 위에 내리셨기 때문입니다…"
교황님의 말씀이 울려퍼지는 순간마다 고요한 바다를 이룬 베드로 광장에는 정녕 성령의 은총이 구석구석 배어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스도께서는 성령과 함께 하셨고 성령 역시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셨다는 사실을 우리 교회와 여러분은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어제오늘의 현대적 세속문화가 도처에 만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평신도 여러분은 전통적인 교회문명을 지속적으로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중차대한 사명을 그리스도로부터 직접 받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따라서 평신도 여러분이 벌이고 있는 새로운 교회운동 (Movimento Ecclesiale)은 초기교회로부터 시작됐습니다.
다시 말해 평신도들의 교회운동은 성소의 부르심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나 교황은 교회운동에 열심하신 평신도 여러분과 함께 내가 살아 있는 한 항상 함께 있을 것입니다".
교황성하께서 '살아 있는 한'이란 말씀을 하시면서 죽음을 전제하신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이리라. "비바 빠빠!",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만수무강을 빕니다" 수십만의 군중과 함께 나도 마음 속으로 수없이 소리쳤다.
성령강림 전야제 행사를 위해 교황청평신도평의회 (의장=제임스 스테포드 추기경, 평신도성장관)가 지난 5월27일부터 사흘간 로마 교황청 근방의 '평화의 집 (Domus Pacis)'에서 개최한 세계교회운동협의회 (일명 세계평신도운동단체 대표자회의)는 전세계평신도 400여명(각운동대표자 229명, 교황성 부성장 12명, 교구주교 15명, 수도회 장상 11명, 신학자, 타종교 지도자 포함)이 참가한 가운데 열띤 토론이 계속되었고, 단체별로는 꾸르실료, 포콜라레, ME 등 56개단체의 대표자들이 모여 교황님이 직접 소집한 세계대회답게 성대한 축제로 엮어나갔다.
주제는'3천년대의 교회운동과 그 사명'
첫날 전체회의에서 교황청 신앙교리성성 장관인 죠셉 라칭거 추기경은좥교회와 인간을 위한 교회운동의 희망좦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교회운동의 주체와 목적, 전개방법 그 모두가 그리스도의 성령 안에서 조화와 일치를 이룰 때에 비로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모든 평신도들의 운동은 성령의 부르심 가운데 있어야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런 교회운동의 뿌리는 교회 안에서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와 주교들 가운데서 찾을 때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노라면서 "조직보다는 성령의 은총 안에서 하나로 뭉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 안에서 성령으로 하나되신 그리스도를 발견할 수 있을 때에 교회운동 단체들이 교회적 사명과 모범을 지역사회에 뿌리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칭거 추기경이 소개한 '지역교회 평신도단체들의 사도적 소명과 뿌리는 교회사적으로 나눈 5단계'로는 쩖 서기 590년과 741년 사이 그레고리오 대교황과 그레고리오 3세 교황때까지 행한 수도원 중심의 선교사명 쩗 10세기때 수도원 개혁 사상을 외친 클러니 시기 쩘1200년대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구츠만의 도메니코가 외친 복음적 운동 쩙 서기 1500년대의 복음화운동 쩚1800년대 당시 여성신자들도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새로운 물결의 교회운동 등이다.
제임스 프란시스 스태포드 교황청 평신도성장관 추기경은 교회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평신도들이야말로 그리스도께서 주신 지고의 은총이라고 높게 평가한 후 그 이튿날 베드로 광장에서 개최된 성령강림 전야제 석상에서 교황님께 이번 세계평신도대회의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30여만명의 평신도들을 대표하여 포콜라레 창립자인 끼아라 루빅 여사를 비롯하여 평신도 교회운동단체를 창시한 4명의 산증인들이 교황 성하 앞에서 '원수까지도 사랑하신 예수를 본받아' 우리 평신도들도 사랑의 실천을 실현하여 새시대의 새로운 복음화에 밑거름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꿇어 앉았을 때 감동에 벅찬 교황님은 차라리 눈을 감고 30도를 오르내리는 뜨거운 태양열에 온몸을 불태우고 계셨다.
하늘에는 평화의 비들기가 날고 온세계의 평신도들이 새로운 신앙의 자세를 보여주던 감격적인 순간들이 지날때마다 엉겁결에 교황 단상에 앉아 있던 나는 그저 하늘을 우러러 보며 혼자 중얼거릴 수 밖에 없었다.
"오소서 성령이여, 우리 맘에 오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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