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조카와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입구에서 아래층에 사는 재중이가 새끼 고양이와 장난을 치고 있었다. 재중이의 막대기에 대롱대롱 매달린 물체를 물기 위해 고양이는 온갖 재주를 다 부리고 있었다. 둘이 노는 양이 하도 재미있어 보여 발걸음을 멈추고 흥미롭게 바라보는데 갑자기 고양이가 비명을 지르며 시멘트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세상에 맙소사! 재중이가 갖고 놀던 나무막대기에는 다름 아닌 낚시바늘이 꿰어져 있었고, 그것이 스티로플을 잡으려던 고양이 혀에 정통으로 걸려버린 것이다. 고양이가 바둥대면 댈수록 낚시바늘은 점점 더 깊이 박혔다.
『나비야, 움직이지마!』『제발 가만히 있어!』보다 못한 수연이가 소리쳤다. 고양이의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으리 만치 참혹했다. 놀란 재중이가 뛰어가서 아빠를 불러오고, 이웃에 있던 사람들이 달려와 본능적 으로 할퀴려드는 고양이의 네 발목을 붙잡고 소동을 벌인 끝에 낚시바늘을 빼낼 수 있었다. 너무나 놀라고 지쳤던지 고양이는 기진한 모습으로 쓰러져 『끄응』신음소리를 냈다. 『이놈아, 붕어나 낚는 것이지, 낚시로 고양이를 낚는 놈이 어딨어?!』소란스러움이 가라앉자 이웃집 아저씨가 재중이를 나무랐다. 재중이의 노리갯감이 되어버린 가엾은 고양이! 그가 태어난 의미는 뭘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세계 어린이들이 즐겨 갖고 놀던 장난감 가운데 다마고찌가 있었다. 다마고찌의 특성은 키우다 죽여도 똑같은 것을 다시 살려낼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마고찌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의식은 이제 살아있는 동물들도 그런 식으로 대하는 것 같다. 하지만 동물 권리론의 대가 톰 레간의 주장에 따르면 동물 역시 인간처럼 내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의 내재적 가치론에 의하면 동물도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즉 다시 말해서 하느님이 주신 생명의 존귀함에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동물의 노리갯감이 될 수 없듯이 고양이 역시 재중이의 노리갯감이 될 수 없다. 동물의 권리 보호에 앞장선 레간은 동물에 대한 관심으로 자신의 생활방식을 바꾼 사람이다. 그는 완전한 채식 주의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에게 진정한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의 삶은 변화될 수밖에 없다. 하느님의 피조물인 생명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야말로 지구를 살리고 우리가 함께 사는 지름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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