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여보, 이리 좀 와봐요』
다급하게 불러대는 남편의 소리에 마을의 호랑이 아줌마로 불리는 봉여사는 부리나케 달려나갔다. 남편이 가리키는 곳 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봉여사의 밭에서 30대의 남자가 폐전선줄을 태우고 있었다. 그을음에 눈이 아프고 고무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남자는 옆에 전선줄을 잔뜩 쌓아놓은 채 겉에 감긴 피복부분을 태워 버리고 내부의 동만 채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봐요, 당신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예요?』웬 참견이냐는 듯 젊은 남자가 심드렁하게 돌아다보았다. 봉여사는 젊은이를 붙잡고 연기에서 나오는 다이옥신의 해독과 토양오염에 대해서 일장연설을 해댔다. 그리곤 젊은이가 자식 생각도 해야지, 땅을 이렇게 망가뜨리면 자식새끼들이 어디서 먹을 것을 구하라고 이런 짓을 하느냐고 호된 꾸지람을 했다. 처음엔 성가신 듯 건성으로 대꾸하던 젊은이가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 이내 불을 끄고 땅바닥에 녹아 내린 폴리에칠렌까지 다 삽 으로 퍼냈다.
『미안하우!』
아무 말 없이 옆에서 지켜만 보던 남편이 젊은이를 다독이듯 한 마디 했다. 고위 공직자로 활동하던 남편은 뜻한 바 있어 하던 일을 정리하고 안산에 내려와 유기농산물을 가꾸며 땅을 지키고자 애쓰는 사람이다. 봉여사 부부는 90년대 초반, 우리 사회에 환경이라는 문제의식이 일기 이전에 환경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젊은 사제들을 통해 환경 교육을 받고 일찍부터 환경의식이 싹터온 사람들이다. 망가져 가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나 한 사람만이라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각성으로 이들은 결국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전폭적으로 바꾸었던 것이다.
봉여사 부부와 같은 이웃들이 한 사람 두 사람 늘어나면 우리 사회에서는 새로운 환경문화가 자리잡아 갈 것이고, 까마득히 어렵게만 느껴졌던 환경위기의 산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웃들이 형성하는 문화가 곧 다름 아닌 환경문화이다. 이런 작업이야말로 교회가 앞장서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봉여사 부부처럼 하느님이 만드신 피조물들 모두가 하나도 사라 지지 않고 각자 자기 직분을 다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묵묵히 환경을 지키는 이웃들, 이들과 더불어 환경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독려와 지도를 아끼지 않으며 지금까지 고락을 함께해온 전국환경사제단의 젊은 신부님들께 조용한 박수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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