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의 긴(?) 회개와 속죄의 날들이 지나고 이제 대망(?)의 부활절이다.
중학생 때 성당에서 잔치도 하고 새벽성가도 다니며 큰 기쁨을 만끽했던 성탄이 최고의 축제로만 알고 지내오던 나의 어린 신앙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활」없이는 성탄도 아무런 의미가 없고 우리가 믿는 신앙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신부님의 강론에 작은 충격을 받았다. 성탄은 교회 안에서 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온 세계가 함께 축하하고 기뻐하고 즐기는 축제인데 반해 부활은 그저 그렇게 조용히 우리에게 다가오고 지나가고 있는데 부활이 성탄보다 더 큰 축제이고 우리 신앙에 없어서는 안되는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말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우리 교회에서 어쩌면 부활보다 성탄에 더 치중하는 것 같다. 성탄 전야에 각 본당마다 음악제 또는 예술제라는 잔치를 벌이면서 함께 기뻐하는데 부활 전야에 이런 행사를 갖는 본당이 별로 흔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이 사실이 우리 신앙의 중심이요 이것 때문에 2000년 동안 한 믿음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며 불과 200여년 전 우리들의 신앙선조들이 땀과 피로써 믿음을 버리지 않고 우리에게 물려준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아주 쉽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신앙을 가질 수 있고 신앙을 고백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자수가 400만 명이 넘었다고 하는 지금, 주일미사 때 성당은 왜 그렇게 빈자리가 많은지 생각해 볼일이다.
4년 전에 세례를 받은 김베드로씨는 요즘 말 못할 고민에 싸여 있다. 세례를 받을 당시 주위의 축하세례로 몸둘바를 몰랐고 그래서 선배신자들이 권하는 꾸르실료 교육도 받고 레지오에도 가입하고 성당의 궂은 일도 마다않고 열심한 신앙생활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위 관심도 차차 줄어들고 어쩌다 한번 주일미사에 빠져도 이를 알고 챙겨주는 사람도 없었다. 처음엔 교중미사 시간이 늦어 저녁미사에 가야지 하고 맘먹고 있다가 저녁에 일이 생겨 어쩔 수 없이 미사에 빠졌다. 다음 주일엔 예기치 못한 가족나들이 때문에 연달아 두 번 주일미사를 빠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한 두 번 빠지다 보니 몸이 조금만 불편하고 작은 일만 생겨도 『에이 나중에 고해성사 보면 되지』하는 마음이 먼저 앞서 아주 쉽게 그리고 어쩌면 당연하게 미사에 빠지게 된 것이다. 「성당이 나를 위해 있는 것이지, 내가 성당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자만심에 빠지게 돼 이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쉬는교우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올해 3학년이 된 딸로부터 『첫영성체를 하려면 냉담 중에 있는 부모들은 다시 성당에 나와야 된다』는 말을 듣고는 자식을 위해서는 다시 성당에 나가야지 하는 결심을 했지만 감히 용기가 나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이런 쉬는교우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쉬는 교우들이 다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그들 자신들의 문제 뿐만 아니라 이들을 손잡아 주어야 하는 우리들의 몫이기도 하다.
본보가 실시했던 「신앙생활 설문조사」에도 나와 있듯이 「신자들의 모범된 생활」이 우리들이 해야 하는 몫인 것이다. 「모범된 생활」은 결코 멀고 어렵지만은 않다. 먼저 인사하고 양보하고 희생하고 기도하는 생활을 할 때 자연히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제 쉬는교우들이 「죽었던 신앙」에서 다시 「살아있는 신앙」으로 부활할 수 있도록 나부터 먼저 「진정 살아있는 신앙」으로 다시금 부활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한 신앙으로 한 가족이 된 모든 신자들이 「함께 부활」해서 예수님 부활을 축하하고 알렐루야를 노래할 수 있는 따뜻한 교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예수님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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