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신부들이 새로운 본당에 주임신부로 발령을 받아 부임을 했다. 서품을 받고 추기경님으로부터 『자네들은 주임 신부로 나가려면 10년 정도 걸릴테니 본당 말고 특수 사목으로도 관심을 가져보게』라는 말씀을 들었다. 그런데 9년만에 본당 주임으로 나갔으니 그것 또한 기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당으로 발령을 받은 동창들을 생각하니 추기경님과의 서품 면담이 떠오른다. 피정도 끝나고 그 당시 교구장님이셨던 추기경님과의 면담은 사실 많이 떨렸다. 자기 차례가 되기를 기다리며 많은 화살기도를 주님께 올려 보냈던 시간.
내 차례가 되어 방으로 들어가니 탁자에 촛불과 성서가 놓여 있었다. 추기경님은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보고 계셨다(나중에 알고 보니 신학과 1학년 때부터 면담하는 그 순간까지 나에 관한 모든 것을 모아 놓은 서류였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추기경님께서 『사제 생활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으셨다. 그런데 성령의 도우심인지 머리에 「이거야」라고 생각되는 답이 떠올랐다. 그러나 바로 말씀드리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신중한 답을 얻으려는 나의 노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그런데 답을 들으신 추기경님께서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20초 정도의 짧은 침묵의 시간이 나에게는 몇 시간처럼 느껴졌고 내 머리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흘러 다녔다. 이윽고 『맞네. 앞으로 그렇게 살아가게』라는 추기경님의 말씀을 듣고 나왔을 때의 그 마음이란.
그러나 옳은 답을 했지만 사제가 되어 그렇게 살지 못했다. 열심히 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기도시간은 자주 갖지 못했다. 그런데 사제로 살아가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 때 추기경님의 질문이 더욱 큰 소리로 다가오고 있다. 본당주임신부로 발령을 받고 나간 우리 동창신부들도 그 때 그 질문을 떠올리며 생활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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