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역사 왜곡 교과서를 검정 합격시킴으로써 이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2002년도 중학교 역사 교과서 8종을 검정해 통과시키는 오류를 범했다. 특히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제작한 교과서는 일본의 한반도 강점 사실을 합법적이라고 기술했던 부분을 삭제하기는 했지만, 일제의 침략이 아시아 해방에 공헌한 듯한 정서를 담고 있다. 또한 종군위안부와 관련해서는 5개 교과서가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나머지 3개 중 2개 교과서의 언급도 만족스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잘못된 역사 서술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중론이다. 문제는 일본의 역사를 보는 시각이다. 이번 일본 교과서 검정 통과를 통해 일본이 여전히 자국 중심적 사관에 젖어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일본 가톨릭정의평화협의회(회장=오오츠카 주교)는 이미 지난 3월 27일 교과서 검정에 관한 요청서를 발표하고 『중학교 역사 교과서가 과거 대 일본 제국군대가 행한 침략과 만행의 역사를 은폐, 왜곡, 미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일본 정의평화협의회는 『역사에 임하는 성실성을 언어와 행동으로 표명하고 아시아 각국의 신뢰를 획득해야 한다』며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가해자인 일본이 과거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반성하며 두 번 다시 그러한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는 결의와 노력 안에서 아시아 각국과 연대하고 협력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런 저급한 역사 교과서를 통해 파급될 영향력에 있다. 역사학자들은 역사란 단순한 과거 서술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역사 교과서 안에 실릴 내용들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번 역사 교과서 왜곡 파동의 경우 결국 제국주의 사관으로 일본 젊은이들을 빠져들게 하는 최악의 선택으로 역사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는 곧 한일 양국관계의 발전은 물론 일본 자신의 미래와 국제사회에서의 책임 있는 역할 수행에도 큰 손실을 안겨다 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회는 이번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과 관련해 어떠한 대책과 노력이 뒤따라야할 것인가? 교회내 역사학자들은 우선 한국 교회가 왜곡된 역사 교과서에 깃든 사상적 오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평화와 인권을 존중하는 바람직한 사회 건설에 위배된다는 것은 바로 교회의 정신에도 위배되기 때문이다. 역사학자들은 이를 위해 한일 교회간의 연대 강화를 통한 여론 조성 등의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최홍준 위원은 일본이 역사를 왜곡시켜 후손들을 교육시킨다는 것은 두 번의 죄악을 저지르는 것과 같다고 강조하면서 『최근 펼쳐졌던 제2차 아시아 평신도 대회에서 각 지역간에 연대의 중요성이 부각됐었다』면서 따라서 『한일 교회가 함께 연대하며 이 교과서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모든 신자들도 사안의 중요성을 깊이 절감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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