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최근 네덜란드에서 안락사가 합법화된 것과 때를 같이 해 우리 나라에서도 대한의사협회가 작성한 의사 윤리지침에 「소극적 안락사」를 수용하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의협은 이 조항이 문제가 되자 즉시 이에 대해 해명하면서 근본적으로 안락사에 대해서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의협이 생명의 존엄성에 바탕을 두고 안락사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한데 대해 신뢰하고자 하며 생명을 포기하거나 인위적으로 죽음으로 이끄는 안락사는 결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교회가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임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윤리신학적으로, 환자의 조건으로 볼 때 이미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특정한 의료 행위, 즉 모든 신체 기능이 중지된 채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연장하는 행위를 그만두기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고려할 수도 있다는 것이 교회의 입장이다.
네덜란드에서 합법화된 안락사는 이른바 「적극적 안락사」로서 물리적, 화학적 방법으로 직접 죽음을 초래하는「안락살해」이다. 따라서 이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비윤리적인 범죄행위이다. 이에 반해「소극적 안락사」는 안락살해나 생명의 포기와는 구별되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이는 관행으로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기에서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더욱 강조해야 할 것임을 지적하고 싶다.「소극적 안락사」를 빌미로 안락사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를 겨냥하는 온갖 논의가 초래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교회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간호하고 위로하라고 가르치며 누구나 결국 맞게 되는 죽음의 순간을 품위 있게 직면하도록 도울 것을 촉구한다.
고통을 받는 환자들은 극심한 고통에 몸과 마음이 모두 피폐해지고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램을 가질 수도 있다. 안락사 옹호론자들은 환자가 겪는 그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참된 인간적인 의료행위가 아니냐고 주장할 수도 있다.
물론 말기 환자들의 극심한 고통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진통제 투여를 비롯한 다양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결코 자기 자신의 선택에 의해 생명을 포기해서도 안되며 환자가 원한다해도 생명의 포기를 조장하거나 도와서도 안된다. 생명은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라 선물이며 죽음은 결코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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