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생활을 마치고 본당에 돌아와 부푼 마음으로 남은 6개월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다 휴가를 떠났다. 대전에 계신 외삼촌댁에서 첫 날을 지내고 있는데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성소국에서 전화가 왔는데 빨리 서울로 올라오라는 내용이었다. 다음날로 서울로 돌아가 성소국장 신부님을 뵈오니 포이동에 신설 본당이 생겼는데 사무장이 마땅치 않아 임시로 복학 대기 중인 신학생을 사무장으로 두려고 한다며 그곳에 가서 일하라고 하셨다. 제대하면서 계획했던 모든 것이 백지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본당 사무실에서의 경험은 사제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먼저 사무장이 해야 할 일을 배우기 위해 6일 동안 교육을 받았다. 그 곳 사무원에게 여러 가지 알아둘 사항을 전해들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어떤 할머니의 교무금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느 할머니가 교무금을 내실 때 카드에는 3,000원인데 13,000원을 내시더라도 그대로 받으세요. 왜냐하면 할머니는 자녀들이 주는 용돈으로 생활을 하시는데, 적은 생활비로 성당에 헌금을 너무 많이 내시면 자녀들이 걱정할까봐 교무금 카드를 그렇게 만드셨어요』. 그러나 나는 이 말을 흘려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 한 분이 교무금을 13,000원을 내시는데 카드에는 3,000원이라고 적혀 있어 10,000원을 돌려 드렸더니 『나는 원래 이렇게 낸다』고 하시며 가셨다.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고 나서야 사무원이 들려준 얘기가 떠올랐다.
「바로 이 할머니시구나」성당을 짓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믿음과 자녀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시려는 할머니의 사랑 깊은 모습에서 예수님을 많이 닮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할머니들의 믿음과 기도의 힘이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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