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삶의 고뇌를 극복하고 참 진리를 얻기 위해 구도와 순례의 길을 걸어가는 불자들에게, 영원한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고백하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진심으로 경축의 인사를 나눠야 할 것이다.
인류 역사를 통해서 지고의 선과 영원한 가치를 추구하는 종교는 때로는 그 이상과는 걸맞지 않게 갈등과 분쟁의 원인이 되곤 한다. 오늘날 전세계에서 빚어지고 있는 많은 분쟁들 가운데에는 종교를 이유로 한 것들이 적지 않다. 더욱이 종교를 빌미로 야기되는 이같은 분쟁들은 결코 정치나 경제, 민족이나 인종을 이유로 한 여타의 다른 분쟁들보다 더욱 반복음적이고 비인간적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다종교 사회이다. 그리스도교적인 정신이 사회와 문화 전반에 깊숙이 깔려 있는 서구 여러 나라들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는 참으로 놀랄 만큼 다종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으며 이 종교를 믿는 종교인들의 숫자가 전체 인구를 몇배 이상 넘는 재미있는 현상이 생길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종교적 심성은 남다르다.
특별히 불교와 천주교는 그 교리상의 근본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간에 대해 호의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배타적이지 않고 관용의 자세로 서로를 강요하지 않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들어서 이같은 분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주교회의 차원에서 「부처님 오신 날」 공식 경축 메시지가 발표된 데 이어 올해도 전달됐으며 서울대교구에서는 조계종 총무원에 축하 배너를 달고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이같은 공식적인 축하 메시지 이전에 많은 성직자들이 서로 교분을 나눠왔으며 일부 본당에서는 인근 사찰과 서로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역의 성당과 사찰들이 매년 성탄과 부처님 오신 날에 서로 경축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복음화에 있어서 타종교와의 대화와 평화로운 공존, 따뜻한 상호 이해의 자세는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종교인들은 민주화 투쟁, 인권 수호 운동 등 사회의 각 분야에서 생명을 살리고 인권을 보호하는 운동 현장에서 함께 만났다. 지금도 불교를 포함한 타종교인들과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공동선과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한 다양한 현장에서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타종교의 기념일에 보여주는 이처럼 따뜻한 환대와 축하의 자세는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협력과 공존의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할 것으로 생각된다.
부처님의 탄신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경축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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