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을 앞두고 서울 올림픽 대로에서 교통사고를 내는 부끄러운 일이 있었다.

어느 성당을 찾아갈 참 이였는데 길을 잘 몰라 지도를 펴서 확인하려는 순간, 앞차를 추돌한 것이다.

앞서 있던 3대의 차량이 조금씩 파손되는 사고였다. 다행히 앞차가 어느정도 충격을 흡수해 줄 수 있는 큰 차량이었기에 다친 사람도 없고 가해차량 외에는 크게 파손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고를 낸 순간 사고를 당한 각각의 운전자들이 취하는 행동에서 필자는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참으로 실망이 컸다.

물론 일부 운전자와 탑승자들은 그 사고 순간일지라도 그야말로 사람 사는 정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 있었으나 「이 것이 기회다」라는 생각으로 한 밑천 잡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했으면 당연하게 신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들 운전자들이 취한 행동은 병들어 가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참으로 씁쓸했다.

얼마나 다쳤는지도 확인 절차도 없이 「빨리 가서 무조건 누워」라며 호통치는 한 운전자의 동료 직원, 택시영업을 중단하고 병원에 아예 입원한 경우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병원에 누워 있으면 보험회사가 병원에 들여야 할 돈을 본인에게 지불하면서 합의를 보려고 접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몇일간만 병원 신세를 지면 작은 사고라도 기백만원씩을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썩을대로 썩은 일부의 몰지각한 사람들이 빗어내는 부도덕의 극치가 아닌가. 물론 일부의 이런 사람들로 인해 선량한 수많은 택시기사들과 의사들이 함께 매도돼서는 안될 일이다.

문제는 그런 문제를 가려낼 뚜렷한 제도적인 장치가 없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는가.

마침 한국평협에서 도덕성 회복운동을 전국민적인 운동으로 벌이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도덕성 회복이야말로 이처럼 변해버린 우리사회에 양심의 불씨를 지피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크게 환영하고 싶다. 단순히 교통사고의 한 사례만을 예로 들었지만 이같은 풍조는 거의 모든 곳에서 이뤄지고 있고 양심과 질서, 예의를 얘기 할 수 있는 기반이 우리사회에서 점차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하는 사건이라는 생각이다.

비록 개인이 겪은 문제라 치부할 수 있지만 우리사회가 얼마나 정직하지 못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함께 생각해 볼 문제다.

다친만큼 치료를 받고 물질적 시간적, 정신적으로 손해를 입었으면 그에 합당하게 보상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나만 살겠다는 그런 심리가 어느새 우리사회를 뒤덮어 버리고 만 것이 아닌가.

이미 이같은 풍토는 이미 한 부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깊숙이 내재돼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다.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사회가 아니라 나 혼자만 잘 살겠다는 정신으로 가득차 있는 세상에서 한국평협이 내건 도덕성 회복운동이 우리사회의 비뚤어진 정신을 바로 고쳐주는 처방약이 되길 희망해 본다.

사라져 가는 단어가 되고 있다는 양심, 진리, 정직, 도덕이라는 단어가 우리 마음 속에서 다시 굳건해 질 수 있도록 이사회를 향한 한국평협의 외침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