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서울에서는 나름대로 의미를 가졌던 국제회의가 열렸었다. 이름하여 「아시아 경제 위기와 교회의 역할 : IMF, 인권과 교회」. 이 회의에는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미국, 유럽, 중남미 등 22개국에서 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 활동가와 사회과학자, 신학자, 철학자 등이 참석했다. 이 포럼의 문제 의식은 아시아와 남미 등 개도국을 중심으로 빚어지는 경제 위기가 과연 해당국 국민의 무능력과 나태, 경제적 구조에만 기인하는가, 아니면 국제적인 경제 메카니즘에 원인의 일부를 갖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20일과 21일 아시아와 유럽 정상들이 모여 역내 무역 자유화와 협력 관계 증진을 논의한 아셈의 한 켠에서 진행됐던 국내외 민간 단체들의 시위와 회의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이념과 현상에 대한 「민중」들의 문제 제기였다. 특히 우리는 「아셈 2000 민간 포럼」포럼 13개 분과 중 하나로 마련됐던 종교 분과의 논의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포럼을 주최한 국내외 단체들은 불교와 이슬람교, 개신교, 천주교를 망라한다.
세계화가 앞세우는 무한경쟁과 자본의 논리는 종교의 가치와 원리에 심각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즉 종교 및 영성적 전통들은 사랑과 자비, 청빈, 연대, 정의를 근본으로 삼지만 세계화는 소비주의와 물질주의,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고 본다. 따라서 세계화는 결국 정의와 평화, 공동선, 인권 등 인류가 표명하는 숭고한 가치들과 상반된다는 것이며 아셈 역시 이러한 세계화를 증진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나 몇몇 교황청 문헌들은 오래 전 부터 이에 대한 우려를 표시해왔으며 아메리카 대륙의 새 복음화를 논의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아메리카 특별총회 후속 문헌 「아메리카 교회」에서는 많은 비중을 할애해서 신자유 주의가 지닌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한국 교회 안에서는 과연 이에 대한 관심 이나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가이다. 교회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신자들이 대부분인 것을 보면 그 대답은 부정적이다. 왜 그런지 궁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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