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후,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뭔가를 이유로 엄마를 계속 졸라대고 있었다. 뜻대로 되지 않았는지 풀이 죽어 있길래 「뭔데」하고 물어봤더니 주머니에서 불쑥 초대권 한 장을 꺼내 보였다.
어린이 축제 무료초대권이었다. 펌프 경연대회, 만화영화 상영, 얼굴 페인팅,요술풍년 놀이, 떡볶이도 주고, 기념품도 준다는, 그야말로 10살박이 아이들을 솔깃하게 만들기엔 충분한 유혹이였다. 인근의 개신교 교회 약도와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어린이 미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아이를 달래서 성당으로 보내긴 했지만 뭔가 씁쓸한 마음에 개운하지 않은 여운이 남았다.
며칠 전 아내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어느 자매로부터 시부모가 성당을 다닌다는 말을 듣고 「그럼 성당을 함께 다녀 보자?」고 했더니, 아이들이 2년째 개신교회에 나가고 있어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며 부정적인 얘기를 하더라는 말을 듣고 난 후 여서인지 마음이 더욱 착잡했다.
모태 신앙으로 시작, 종교교육을 겸한다며 멀리 성당 유치원을 찾아 2년간을 보냈고 매일 저녁기도를 바치고 잠이 들던 아이 인데. 특히 지난 8개월간에 걸쳐 긴 첫영성체 교리를 끝내고 며칠 후면 첫영성체를 할 아이인데, 다른 집 아이는 몰라도 우리집 아이가 저 모양이니 하는 생각에 정말 종교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할까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에겐 어떤 말도, 행동도 필요 없구나. 그저 단순하게 관심을 끄는 방법 밖엔 없구나 하는 짧은 생각도 들었다. 물론 한 두번 개신교회에 따라 간다고 모두 개신교 신자가 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개신교에 나가는 아이 때문에 어느 종교를 선택할 것 인지 망설이고 있는 엄마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할 때, 뭔가 우리도 생각의 변화, 아이 눈높이에 맞춘 준비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심지어 어린이미사가 끝날 때 몇백원짜리 간식을 주면서 아이들이 간식 때문에 성당에 오도록 해서는 안된다며 간식을 끊는 경우도 있는 것이 우리 주일학교 현실이 아닌가?
한두번 개신교회에 따라 갔다고 무슨 큰 대수냐고 반문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친구들 거의 다 따라 갔어요. 다음주에 또 간데요. 우리 성당에는 재미도 없고 뭐」혼자 중얼거리는 아이의 마음을 함께 들여다 볼 줄 아는 눈높이 관심. 아이들을 향한 개신교회의 분별없는 유혹으로만 책망하기엔 우리의 준비가 너무 소홀하지 않은가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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