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1일 서울 수유5동 한신대학원 운동장에서 펼쳐진 「난치병 어린이 돕기 종교연합 사랑의 바자회」는 참기쁨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세태 가운데서 모처럼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끼게 한 장이었다. 서울대교구 수유1동본당과 송암교회, 조계종 화계사가 난치병 어린이를 돕기 위해 이날 맞잡은 손은 여느 손이 아니었다.
지역사회에서 십수년 이상씩 자리잡고 「저마다의 사랑」을 펼쳐온 이들이었지만 쉽게 손을 잡을 수 없는 벽이 가로 놓여 있었던 것이다. 지난 역사 속에 화계사에 몇 차례 발생한 원인 모를 화재는 이들 종교간에 불신의 벽을 높여 놓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높아만 가던 벽이 이날 행사로 일거에 무너짐을 보는 순간은 적잖은 기쁨, 아니 쾌감이었다.
그래서 이날 이들이 맞잡은 손은 더욱 크고 힘있어 보였다.
행사를 준비하며 송암교회 신자가 수유1동본당에 음식 재료를 대는가 하면 화계사 신자가 금기(?)를 넘어서 주점에 막걸리를 기증하는 등 서로가 서로의 부족함을 염려해주고 채워주는 모습은 종교인들이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이상의 세계가 아니었던가.
처음엔 머쓱한 기분에 난생 처음 교회를 드나들며 행사를 준비하던 스님들을 교회 신자들이 따뜻한 박수로 맞이하고 함께 정을 나눴다는 얘기는 이스라엘 이라는 조그만 땅에서 살다 가신 예수님의 얘기가 전세계 모든 이들에게 사랑의 메시지가 된 오늘을 새롭게 떠오르게 했다. 스님과 수녀가 함께 차를 나누고 불자와 개신교 신자가 각자가 마련해온 음식을 서로 내놓고 웃는 모습은 다섯조각의 빵과 두 마리의 생선이 낳은 기적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날 이들은 가난한 난치병 어린이라는 이웃을 돕기 위해 뭉쳤지만 실은 서로가 서로를 도운 셈이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가없는 사랑에 불신의 벽을 둘러쳐 온 지난 역사는 이날 행사를 기점으로 무너진 둑처럼 터져 나갈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토록 쉬운 일을 이제서야…』라는 이날의 깨달음은 흘러흘러 바다를 이룰 여울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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