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5월 1일 제38차 성소주일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에서 교회의 구성원 모두가 성소의 계발과 육성에 깊은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하고 있다. 교황은 이 담화에서 특별히 그리스도인 부모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주목하고 자녀들이 물질적 행복만을 삶의 목표로 삼지 말고 참되고 영원한 생명을 향한 순례의 길에 기꺼이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을 당부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교회의 사제성소, 수도성소는 구미의 여러 나라들에 비해 아직까지는 풍부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교황청 통계 연감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성직자의 수가 급감하고 있으며 새로 성직으로 나아가는 성소자들의 수는 절대절명의 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유럽의 경우 지난 6년 동안 교구사제의 수가 4% 정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반면 아시아의 경우 교구 사제가 지난 6년간 16%가 늘어났고 신학생수는 지난 25년 동안 125%나 늘어났다. 선교지역이 대부분인 아시아 교회의 경우 교세의 증가와 함께 선교지역교회의 성소자가 꾸준하게 늘었고 그 대표격인 한국교회의 경우 지난 몇 10년 동안 놀라울 정도의 성소자 증가율을 보여왔다.
한국교회는 풍부한 성소의 은총을 받은 축복 받은 교회였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문제가 달라지고 있다. 90년대 접어들어 성소자 증가율은 점점 둔화되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장기적인 추세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여기서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물론 성소 계발과 육성은 가정과 본당, 교구와 신학교 등 교회 모든 구성원들의 긴밀한 유대와 협력을 통해서만 그 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정은 성소가 자라나는 못자리라고 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자녀를 이끌고 이를 바탕으로 자녀들이 성소에 관심을 가지며 부르심을 받았다고 느낄 때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북돋아줄 때 한국교회의 성소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하지만 실상 우리들 가정에서 과연 부모들이 성소 계발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가는 매우 의문이다. 많은 그리스도인 가정에서 부모들은 자녀가 사회적으로 성공함으로써 물질적인 풍요와 세속적인 권세와 영화를 누릴 수 있기를 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과연 그것만이, 물질적인 풍요와 사회적인 성공만이 행복한 삶의 지표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고백하고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물질적 행복 외에 참된 영적인 기쁨을 우리 자녀들이 누릴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할 것이다. 거룩한 부르심에 대한 응답은 교회의 선익일 뿐만 부르심에 응답한 당사자에게도 참된 기쁨과 행복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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