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통령께서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스톡홀름에서 인간환경선언문이 선포되었다.
『인간환경을 보호하고 개선시키는 것은 전 세계인의 복지와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과제이다. 이것은 전 세계인이 긴급히 바라는 것이며 모든 정부의 의무이다』
오늘날 정치, 경제, 교육, 문화, 환경 등 우리 사회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인간환경은 오염되어가고 있다. 오염된 환경 속에 인간들의 이해 타산적인 집착은 더욱 인간의 환경을 파괴한다.
국민의 정부는 인간환경의 파괴를 뒷전으로 하고,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원리와 민주주의 원칙을 내걸고 정치경제 강대국을 만들려고 온갖 힘을 다 쏟았고, 거기에 기대를 건 국민의 꿈 또한 한없이 부풀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대통령의 철통같은 개혁의지도 일관성이 없고, 부풀었던 국민의 꿈도 남가일몽처럼 한갓 물거품이 되어 수면 위를 둥둥 떠다니면서 오히려 인간의 환경을 더욱 오염시키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경쟁만 있고 그 경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무한경쟁시대라는 말은 고통을 덜어주는 몰핀의 대용이 되었을 지는 몰라도 국민으로 하여금 허황된 꿈을 꾸게 했고, 이제 그 허황된 꿈에서 깨어날 능력마저 상실한 채 국민은 정신적 중병을 앓고 있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국민의 정부는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묻고 싶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도 가리지 않고 힘으로 밀어 부쳤던 지난날 우리 정치지도자들의 모습을 국민의 정부 또한 다를 바 없이 그 틀을 여전히 답습하고 있지는 않은 지. 거짓인줄 알면서도 그럴싸하게 꾸며댈 때마다, 혹시나 하고 믿어보려 하지만, 자주 속임을 당한 사람들은 무감각증에 걸려 진실을 말해도 허탈하고 공허하기만 하다. 이러한 증후가 격상되면 옳고 그름의 시비를 따질 여유도 없이 이놈 저놈 다 죽일 놈으로 매도하게 되는 것이 우리의 사회환경이다.
그뿐이랴 미래가 암울하다고, 현재만을 한바탕 신바람나게 살고 보자는 졸부들의 이기적인 삶의 태도가 알게 모르게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제 우리의 미래는 십자가에 달려 있다.
김대통령은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독실한 가톨릭 신앙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김대통령 뿐만 아니라, 이 나라 많은 정치인들이 그리스도를 믿거나 또는 부처님을 섬기는 분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이 그들이 믿고 섬기는 종교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삶을 정직하게 변화시키는 길로 성실히 나아간다면 국민 또한 행복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정치인은 국민을 정략의 대상으로 이용하지 않고 오직 인간을 목적으로 삼기 때문이다. 선거 때만 되면 국민을 하늘같이 섬긴다고 약속해 놓고, 때만 지나면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파렴치한 정치꾼들을 우리는 너무 많이 경험했다. 그러한 정치꾼들과 함께 살고 있는 국민들 또한 어찌 온전할 수 있겠는가?
어찌되었든 정치 지도자들은 이 지상을 낙원으로 만들겠다고 소리 높힌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부여된 권력을 정의롭게 정직하게 사용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할 것이다.
인류구원을 위해 자신을 조건 없이 다 내어 준 십자가의 주인공을 아는 정치지도자라면 『실천이 진리를 창조하지 않고 진리가 바른 실천을 시도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2).
정치가 이성에 의해서 추구된 가치와 법칙에 기여하게 된다면 정의와 자유는 추구되어질 것이다. 권력의 분배는 사회정의의 핵심적 주제이다. 그러므로 정치적 관점에서 정의분배의 실현은 환경윤리에서 다루어져야 할 방법에 모아진다.
국민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부터 조건 없이 다 내어주고 겸허하고 진솔한 말로 협조를 요청해야 할 것이다. 요즘 정치불신이 황사현상처럼 전국을 오염시키고 있는 이 마당에 좥나좦아니면 안 된다는 그런 사고를 지양하고, 함께 규정하고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적 정치문화구조를 실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지금은 국민을 위해 자기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줄 줄 아는 그러한 통치자가 요청되는 시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대는 폐쇄된 울타리 정치가 아닌, 안과 밖의 인재를 두루 등용하여 인적자원을 정의롭게 고용해야하는 사회윤리를 실천해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시장경제 원리인 생산과 소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양식과 도덕적 능력, 즉 십자가에 달려있음을 정치지도자들은 몸소 실천하는 모범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말이 아닌 말씀으로, 즉 실천하는 삶과 함께 진리를 증거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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