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강의 때의 일이다. 성체조배에 대한 강의에 70, 80이 가까운 할머니들이 여러명 참석을 했다. 그 할머니들을 바라보는 순간 「어떻게 이해하기 쉽게 말하지」라는 걱정과 더불어 어느 회장님께서 성체 조배회는 할머니들이 많아서 활성화가 어렵다는 말에 『할머니들은 사람이 아닙니까』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성령께 도움을 청하면서 2시간 강의를 마쳤을 때, 팔순이 가까운 할머니가 일어나 어깨춤을 추시면서 『아이구 수녀님 이야기 듣고 있으니 춤이 절로 나네, 말씀이 아주 귀에 쏙쏙 잘 들어와』라고 하며 치마를 걷어올리고 속바지 주머니에서 종이로 싼 2000원을 건네주었다. 할머니는 『감사해서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그려, 적어서 어쩔까나, 빵이라도 사 잡수셔』라고 하며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그 다음주 교육을 마치고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수녀님, 수녀님하며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할머니였다. 속바지 주머니에서 5000원을 꺼내 건네며 사람들이 보는데서 하는 일은 공로가 적고 말들이 많아서 아무도 모르게 주고 싶어 뒤쫓아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돈이 있는 줄 알면, 우리 며느리가 밤에 다 훔쳐가, 그래도 난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아, 미워하면 나만 손해지』라며 성체조배 때 주님 앞에 가서 용서해 달라고 며느리를 위해서 기도한다는 말씀과 더불어 기도를 부탁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노령의 나이에도 동네 폐품을 모아 판돈으로 용돈도 쓰고, 헌금도 내고, 어려운 살림에 보태기도 한단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게 준 2000원은 그 어떤 강의료 보다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적으로 할머니의 모습이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 천사처럼, 그 순결한 사랑이 내 가슴 속에 새겨졌다. '그래 바로 저런 삶이야' 가슴속에 산 교훈으로 간직된 할머니의 모습이 오늘 따라 유난히 보고 싶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