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열리는 조용한 새벽 강가에서 드리는 기도가 감사한 이곳은 에티오피아. 중남부 아와사(Awassa)라는 조그만 도시에서 지낸 지 여섯 달, 내가 사는 곳에는 주교좌 성당이 하나 있다.
성당에 가면 많은 가난을 만난다. 가난 속에서도 온전히 하느님을 찬미하고 순종하는 이들의 깊은 신앙심에 부러움을 느낀다.
그리스도가 모든 삶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이곳 사람들의 미사 전례는 고유의 민족적 전통과 그리스도교 문화를 잘 조화시키고 있어 아프리카 냄새가 물씬 풍기면서도 토착화되어 있는 느낌을 준다.
더럽고 불결한 옷, 냄새나는 머리, 신발이 없는 사람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 오늘 아침도 굶고 어제 저녁도 굶었을 듯한 이들이 성체로 허기를 채우고 깊이 감사드리는 선량함. 영성체의 진정한 의미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총의 선물의 나눔, '나눔의 삶'이라고 배웠다.
작은 용기를 내서 나의 빵을 나누어야 할 가난한 이웃, 형제 자매들을 누구에겐가 얘기하고 싶다. 그리고 그들에게 빵을 나누어 줄 친구를 만나고 싶다.
가난 속에 묻혀 언제부턴가 이웃의 부모 없는 아이들, 가출 소년 소녀, 병든 자, 장애인, 가난한 학생들과 작은 사랑을 나누고 있다. 꼭 필요한 것부터 챙겨야 하기 때문에 장날이면 아이들 티셔츠를 사면서 바지도 몇 벌 더 사고 싶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빵을 사다가 사탕도 좀 사고 싶지만 고기를 산다.
그래도 「원도사」에게는 자전거가 꼭 필요하고 지붕이 없는 「사라」네 집 지붕을 빨리 얹어주고 싶어 지출을 좀 줄이고 돈을 모아야 한다. 「사하이」라는 소녀는 이제 겨우 말라리아와 굶주림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직업학교에 간다. 월급쟁이 남편의 평범한 부인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적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가 무척 기쁘다.
이 곳의 가난한 이웃들이, 친구들이 마음이 넉넉하고 따뜻한 한국 교우들을 만나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서로 나누는 기쁨을 체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락처=251-6-20 3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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