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 의사윤리지침으로 야기된 생명윤리 논쟁은 총회에 지침 자체가 상정되지 못함으로 해서 보류됐다. 일단 내년까지는 윤리지침에 대한 재논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한가지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었다. 한국 교회의 신자수가 300만명을 넘은지 이미 오래이다. 그 중에는 적지 않은 수의 의사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낙태, 대리모, 생명복제 등 교회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내용을 담은 윤리지침이 작성되고 총회에 상정될 지경까지 가는 동안 우리 신자 의사들은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윤리지침의 내용은 별도의 가르침이나 해석이 필요 없을 만큼 명백하게 반생명적이다. 혹자는 생명존중을 거스르는 내용을 담은 이 지침에 대해 「윤리」지침이라고 이름붙이는 것조차 거부반응을 보인다.
「평신도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자기의 전문 영역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소명을 실천하고 자기 직업을 통해 하느님과 이웃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하물며 가장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야말로 사랑의 숭고한 가치를 실천하도록 불리운 사람들이다.
이번 사태는 생명윤리 논쟁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의사들은 앞으로도 이번 지침에 담긴 기본 입장을 바꿀 뜻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 신자 의사들의 각성이 절실하다. 또 다시 윤리 지침을 확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며 이와 유사한 다른 시도들이 수없이 재발될 것이다.
교회가 신자 의사들에 대해 기대하는 바는 엄청나다. 그들의 전문성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교회가 생명 문제에 올바르게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의료문제와 생명문제에 대한 논쟁에 있어서 신자 의사들의 도움을 받지 못할 때 교회의 가르침은 단지 무기력한 소수 의견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가톨릭 신자 의사들이 교회의 바램을 저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오늘날 생명윤리 문제에는 낙태, 자살, 안락사 등 전통적인 윤리문제들에 더해 의학, 과학의 발달로 인해 생명복제, 인공수정 등 새로운 영역들이 더해지고 있다. 따라서 교회가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신자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