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유태인을 제외하고는 한국인보다 더 교육열이 강한 민족이 또 있을까?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수험용 참고서 외에 좋은 책은 잘 팔리지 않는다.
학생도 많고 종교인도 많지만 독서 수준은 질과 양적인 면에서 매우 낮다. 누구나 각종 도서관의 실태를 기웃거려 보기만 해도 이를 금방 알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도서관은 각종 수험준비생으로 가득차 있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에서는 교육열과 학구열은 별개의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는 이민을 가는 중요한 이유가 한국교육을 불신한 나머지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라고들 말한다. 어느 나라의 이민역사에도 없는 상식밖에 일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최근에 어린 학생들의 조기유학붐이 불고 있다. 조기유학은 여러 가지 폐단을 초래하며, 심지어 가정파탄의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부모들의 권력지향적 자세와 물신(物神)숭배 즉 배금주의는 세칭 일류대학과 특정한 교과목에 대한 편향을 가져왔고 드디어 입시지옥을 초래했으며, 이와 더불어 사교육비의 과도한 지출은 가정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지우고 있다. 그리고 최근의 교육정책은 무엇보다도 교사의 품위를 떨어뜨렸다.
그 동안 우리 나라의 교육정책은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왔다.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 같은 정권하에서도 문교부 내지 교육부의 장관이 바뀔 때마다 바뀌었다.
한마디로 한국의 교육은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확실한 목표를 가지지 못했으며 철학이 없는 교육이었다. 그래서 광복이후 우리 나라의 교육은 단지 과정, 평가, 입시제도의 피상적인 변경과 색다른 구호를 외치는 것을 일삼았을 뿐이다.
미군정시대 이래로 한국의 교육은 이론적으로 보면 도구주의와 실험주의, 특히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공리주의를 근저에 깔고 천민자본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가르쳐 왔다. 소위 일인일기교육이라든가 행동교육 또는 새교육의 방법론은 우리 나라의 교육의 전통과 한국인의 정서와는 너무나도 유리된 방법이기 때문에 교육현장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게 만들었다. 수시로 변하는 교육제도와 교육정책에 대해서 현장교사들은 실망한 나머지 적당주의에 머물거나 냉소주의에 빠졌고, 교사들의 권위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교육은 실천적인 면에서 보면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할 올바른 가치관교육과 인간교육이 무시되고 중등교육의 현장은 입시지옥으로 고등교육의 현장은 금전획득과 권력쟁취의 수단을 위한 각종 자격시험준비장소로 전락되었다.
오늘날 한국의 학교는 사람다운 인간을 육성시키는 진리의 전당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황폐화시키는 시험장이 되고 말았다.
교육의 위기는 곧 인간의 위기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 나라 교육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한국교육의 재건은 한마디로 인간교육의 내실화를 꾀하고 모든 분야에서, 특히 대학의 이공학 및 의학계열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르침으로써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이제부터라도 배금주의자나 가학취미자나 사람답지 않은 괴물을 더 이상 길러내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숭고한 이상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교육은 학교교육이 전부가 아님은 물론이다. 가정교육과 종교교육에서 무엇보다도 인간의 존엄성을 가르치고, 자연과 인간을 동시에 사랑하는 방법을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입시 및 수험준비위주 교육의 파행을 초래한 원인 제공자는 근본적으로 학부모들의 잘못된 가치관, 특히 배금주의와 권력지향이다. 그러므로 만일 우리가 학부모들의 잘못된 가치관을 바꾸어 놓지 않는 한, 우리의 학생들은 입시지옥과 각종 자격시험의 비인간적 작태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리스도교인들은 인간교육과 올바른 가치관교육의 선두에 서서 실천궁행하여야 한다. 그리스도교인들은 가정에서도 교회에서도 어디서든지 어른과 아이를 막론하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길을 배우고 이를 전수하는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가톨릭신자만이라도 어디서든지 배금주의, 즉 물신(物神)의 유혹과 지배로부터 벗어나서 청빈과 정결을 지키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이란 바로 청빈과 정결과 순명을 지키는 것이라고 일찍이 성인들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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