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의 일이였다.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아이녀석이 아침부터 학교 갈 생각은 하지 않고 텔레비젼 앞에서 열심히 채널만 돌리고 있었다.
「학교 갈 준비 않고 뭐 하느냐」며 약간 꾸지람을 하자, 아이 엄마가 혼자말로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요즘 학교는 툭하면 학교에 오지 말라고 하고 현장학습, 견학, 열린 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책가방 없이 학교 가는데 뭐」
학교를 가지 않는 이유를 알고 본즉 공휴일이 많아 그 가운데 들어 있는 3일간을 휴교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이틀 전에. 분명 준비되지 않은 느닷없는 방학이였다. 출근을 해야하는 아빠나, 별로 하는 일은 없지만 항상 바쁜 듯한 엄마로서는 아이와 함께 해줄 시간을 마련해 놓지 못한 상태였다. 엄마가 억지로 짬을 내서 박물관을 가보려고도 생각했으나 작은아이가 유치원에 가야 했기에 허사였다. 결국 큰 아이는 몇 일을 집에서 혼자 지내야 했고 그야말로 별 필요 없는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그후 스승의 날을 맞이 했으나 더욱 가관이였다.
학부모들이 촌지를 가져다 줄까봐 스승의 날 하루를 휴교한다는 것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작은아이의 경우는 전국의 유치원 선생님들이 자신들의 귄익을 위해 모이는 궐기대회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휴원 한다고 했다.
이래저래 아이 둘을 또 하루씩 놀린 셈이 됐다. 더욱 이해하지 못할 일은 스승의 날을 앞둔 만 4일 전 공개수업을 한다며 전 학부모들을 학교로 초빙했던 적이 있은 뒤였다.
물론 학교장 재량으로 연간 방학일수를 지키는 범위 안에서 자율방학제도를 시행할 때는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그 취지를 잘 살리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길 기대해 본다.
장단점이 있을 것이기에 조건 없는 반대를 해서도 안되고 그럴 생각도 없다. 다만 아이들의 교육문제에 대해 학부모의 입장으로서 현재의 교육문제가 아주 심각한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이번 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학부모에게 촌지를 염려해 휴교한다는 학교의 처사를 순수하게 이해해 줄 것을 바랄 수 있을까?
모르긴 해도 스승의 날 휴교는 교직, 교사들에 대한 불신만을 가중시키고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 교육문제에 있어 가장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문교, 교육정책이 일관되게 잘못돼 왔다는 것이라고 누군가 지적한 적이 있다. 그 결과들이 결국, 스승을 없게 만들었고 오늘날 교육의 붕괴를 초래한 것이다. 씁쓸한 여운이 남기는 하지만 강조해 두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래도 더 이상 교육이 망가지기 전에, 손을 쓰는 노력을 하자는 것이다.
스승도 없고 제자도 없는 교육의 현장이 돼 버린 학교교육, 학교는 형식적이고 사교육에 의존해 버린 교육풍토, 학교는 학교대로 망가지고 가계 살림은 사교육비로 거덜나고 있는 것이 현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될 것이다. 어떤 교사라 할지라도 교사의 가슴속 에는 새내기 교사로서 첫 발령을 받을 때 아로새긴 스승된 자부심이 살아 있기 마련이고 학부모들도 어릴 적 조건없이 베풀어준 옛 스승의 격려와 사랑을 기억하며 힘을 얻고 살아갈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승의 상이 지금 무너져 가고 있다고 해도 회복의 불씨는 남아 있는 법이다. 더 늦기전에 나서는 지혜를 호소하고 싶다.
대통령을 비롯한 교육부장관, 여당의 대표위원 등은 스승의 날을 맞아 각급 학교로 찾아가 1일 교사를 하며 참 스승을 얘기하고 어린 학생들에게 바른 삶을 당부했다고 한다.
참스승, 바른 교육은 말로서 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정책이 바로 설 때 가능하다. 제대로 된 정부정책을 바탕으로 교육의 백년대계가 새롭게 짜여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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