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에서 7년째 중·고등학교 교리교사를 맡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함이 행복할 때도 많지만 해마다 같은 이유로 나를 실망시키는 것이 있다. 바로 학생들이 적어내는 신상기록부. 자신에 대한 기록 중에서 구체적인 꿈이 없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하고싶은 일이 엇거나 되고 싶은 것이 없이 청소년기를 보내고 나면 나중에 너무 막막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데 더 실망스러운 것은 부모에 관한 대목이다. 부모의 나이를 쓰는 난에 「40대」 혹은「40살 정도」라고 쓰거나 아예 나이를 모르겠다고 쓰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부모의 직업을 쓰는 난이 비어있거나 막연하게 써있어서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는 대답도 나온다. 이럴 땐 가슴이 답답해진다.
가정은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이지만 사랑으로 뭉쳐져야 할 가장 소중한 공동체이다. 그래서 가정을 '성역'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타인에 대한 관심은 사랑을 위한 첫걸음이다. 하물며 그 상대가 남이 아닌 자신의 부모일때는…. 부모의 나이가 몇인지도 모르고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나를 위해 어떤 고생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자식이 부모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내 부모의 아픔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무엇을 나눌 수 있으며 어떻게 부모의 아픔에 함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기본적인 것들을 소홀히 할 때 세상은 혼란스러워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겉으로 멀쩡해도 기본이 부실하면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오직 공부 잘하고 똑똑한 아들, 딸로 키우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는 교육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기본적인 도리나 소양을 가르치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한 교육은 학원이나 학교가 아닌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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